내용요약 전기모터의 도심 주행과 엔진의 고속주행 강점 결합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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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정우 기자] 2009년 탄생한 도심형 SUV XC60은 지난해까지 글로벌 누적판매 168만대 이상을 기록한 볼보자동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2017년 선보인 2세대 모델은 ‘올해의 월드카(World Car of the Year)’에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약 4년 만에 부분변경을 거친 XC60은 새로운 디테일이 가미된 디자인과 혁신적인 커넥티비티와 디지털 서비스 패키지, 새로운 첨단 안전 기술 등으로 무장했다. 시승을 위해 만난 차량은 T8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로 ‘리차지’ 브랜드를 앞세운 볼보의 전동화 전략 첨병 중 하나다.

외관은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LED 헤드라이트와 볼보의 아이언마크를 통합한 라디에이터그릴 등 기존 가솔린 마일드하이브리드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인간중심’ 철학이 반영된 인테리어 디자인은 천연 소재와 북유럽 감성을 더한 구성이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 편의성을 크게 높이는 티맵 인포테인먼트가 적용돼 음성인식만으로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음원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내·외관 모두 수년 이상 큰 변화가 없는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어 친숙하면서도 다소 식상한 감이 있다.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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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60에는 레이다와 카메라, 초음파 센서로 구성된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플랫폼이 탑재된다. 도로 위 차량 및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를 감지해 사고 위험 시 긴급 제동과 충돌 방지를 지원하는 시티 세이프티, 앞 차량과 간격을 유지하며 차선 중앙에 맞춰 조향을 보조하는 파일럿 어시스트, 도로 이탈 완화,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등 기술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후진 시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자동 제동을 지원하는 리어 액티브 브레이크(RAB)도 추가됐다.

리차지 PHEV는 기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배터리 용량을 11.6kWh에서 18.8kWh로 늘린 직렬형 배터리 모듈 3개와 고전압 배터리 전체 셀 102개로 구성된다. 여기에 약 65% 향상된 리어 휠 출력을 제공하는 후면 전기모터가 특징인 롱레인지 배터리가 탑재된다. 이를 통해 한 번 충전 시, 기존 모델 대비 약 80%가 향상된 최대 57km까지 순수 전기모드로 주행이 가능하다. 

기존 리차지 T8 모델 대비 50마력 향상된 출력을 제공하는 전기모터가 탑재돼 시스템 최고 출력 455마력(엔진 312마력, 전기모터 143마력)과 최대 토크 72.3kg·m라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이를 통해 시속 0km/h부터 100km/h까지 4.8초 만에 도달 가능하다.

사진=볼보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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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1회 충전 시 57km에 달하는 순수 전기모드 주행거리다. 전기차 특유의 토크감에 따라 아쉬움이 나오지 않는 주행성능으로 하루 일상에 크게 부족함 없는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순수 전기차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배터리를 다 소진하면 엔진 동력으로 주행할 수 있고 회생제동 등으로 주행 중 재충전도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주행거리 부담감은 크지 않다.

전기모터는 순수 전기모드뿐 아니라 종합적인 성능에서도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312마력의 엔진 출력은 부족함이 없지만 터보차저의 특성상 가속페달을 밟고 본격적인 성능이 뿜어지기까지 다소의 렉(지연시간)이 발생하는데 이 간극을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토크로 메워준다. 페달을 밟으면 전기모터가 가속하고 엔진의 출력이 치고 들어오는 식이다. 이에 따라 초반 가속력을 비롯한 종합적인 성능에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다. 엔진 회전음도 듣기 좋은 부드러운 음색이다.

일반적으로 전기모터 동력은 무거운 SUV의 차체를 정차가 잦은 도심 주행 환경에서 가뿐하게 끌어주는 장점이 있지만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공기저항 등의 영향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XC60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도심 주행에서 전기차의 장점을 누리고 동시에 고속주행에서 내연기관으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팔방미인 같은 구성이기도 하다. 내연기관 대비 종합적인 연비 향상은 덤이다.

사진=김정우 기자
사진=김정우 기자

숙성된 SPA 플랫폼 기반 차체 완성도도 만족감을 더한다. 볼보 계열 여러 콤팩트 차종에 적용되고 있는 CMA 플랫폼과 비교하면 부족함 없이 단단하면서도 보다 진중하고 묵직한 거동을 보여준다. 타이어와 서스펜션 세팅은 기민한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지만 든든한 차체와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한 조향 성능 덕분에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감을 제공하면서도 운전자에게 노면 정보를 제법 많이 제공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새로움이 떨어지는 디자인과 함께 손자국이 쉽게 남아 관리가 어려운 유광 블랙 내장재가 많이 쓰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어 레버도 록 버튼 없이 토글을 반복해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해야 하는 방식이라 다소 불편하다. 계기판 클러스터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화질은 우수하지만 폰트가 다소 작은 편이라 시인성이 뛰어나지는 않다. 사용자에 따라 크게 문제되지 않을 사소한 부분들이다.

매력적인 구성을 갖춘 XC60 리차지 PHEV의 국내 판매 가격은 8570만원이다. 여유로운 공간감과 단점을 찾기 어려운 동력성능을 고려하면 충분히 값어치가 있지만 소비자 성향에 따라 대안으로 생각해볼 경쟁 차량도 많은 가격대다. 기존 볼보의 품질과 감성을 선호하면서 아직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면 XC60은 꽤 구미가 당기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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