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새 총리 앤서니 알바니즈 당선 "탄광과 재생산업 지원 동시 약속"
뉴욕타임즈 "녹색당과 무소속 의원들 압력으로 기후 문제 빨리 가야할 듯 "
앤서니 알바니즈(가운데) 호주 노동당 대표가 호주 총선에서 승리한 뒤 기념 행사에 참석해 파트너 조디 헤이든(왼쪽), 아들 네이선 알바니즈와 손을 들어 올리며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연합뉴스
앤서니 알바니즈(가운데) 호주 노동당 대표가 호주 총선에서 승리한 뒤 기념 행사에 참석해 파트너 조디 헤이든(왼쪽), 아들 네이선 알바니즈와 손을 들어 올리며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지난 21일(현지시간)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노동당이 집권 보수인 자유·국민 연합을 누르고 승리했다. 이에 호주의 기후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토요일 호주 선거에서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차기 노동당 총리인 앤서니 알바니즈는 기후 변화를 정치적 갈등의 근원에서 경제 성장의 발전기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가 함께하면 기후 전쟁을 끝낼 수 있다” 며 “우리는 함께 호주가 재생 가능한 에너지 초강대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원의원 151명과 상원의원 40명을 뽑는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었던 노동당이 하원 72석을 확보했고, 모리슨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 연합이 52석을 차지했다. 무소속과 제3당은 현재까지 15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호주의 기후정책이 얼마나 바뀌느냐는 최종 집계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지난 30년 동안 호주를 지배해 온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화석연료 산업의 지배력을 한탄하며 절망에 빠진 유권자, 활동가, 과학자들에게 이번선거 결과는 놀라운 반전에 해당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호주 총선에서는 기후 의제가 무엇보다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호주의 기후 변화 때문이다. 호주는 2년간의 광범위한 홍수에 뒤이어 일어난 2020년의 기록적인 산불로부터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또한 6년 만에 백화 현상을 경험했다. 

기후 과학자이자 호주 국립 대학의 작가인  조엘 게르지스 박사는 “사람들은 더 이상 이 나라의 기후 변화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상상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라며 “호주인들은 기후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결과를 살아왔다”고 비판했다. 

이번 선거 결과 의미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2030년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가 최소인 세계적인 기후 후진국인 호주가 마침내 기후변화에 대한 부정과 지연의 접근방식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조엘 게르지스 박사 역시 “이것은 호주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기후 선거”라며 “호주 역사에서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즈는 “변화를 이끈 요인들이 그렇게 고착된 대항 세력만큼 강력하고 설득력이 있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호주도 수십 년 이어온 전통적인 에너지 습관을 끝내거나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지난 회계연도에만 호주 연방, 주, 준주 정부는 석탄과 다른 화석연료 산업에 약 116억 호주 달러(약10조4316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추가로 553억 호주 달러(약49조7302억)가 가스 및 석유 추출, 석탄 화력, 석탄 철도, 항만 및 탄소 포집 및 저장에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투입됐다. 

이에 뉴욕타임즈는 “호주는 사람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관련된 비용을 처리하는 것을 돕는 것보다 지구를 온난화 시키는 회사들을 후원하는 데 훨씬 더 많은 돈을 쓴다”고 꼬집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재생 에너지 투자도 증가했지만, 같은 규모의 것은 없었다. 그리고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알바니즈의 노동당은 이러한 불일치 문제에 직접적으로 대처하는것을 피하려고 애썼다.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는 새로운 탄광과 재생 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동시에 약속했는데, 이는 주로 싱글턴(Singleton)과 같은 블루칼라 지역을 고수하기 위해서였다.

뉴욕타임즈는 “하지만 이제 알바니즈 대표는 기후에 대해 더 멀리, 더 빨리 나아가야 한다는 많은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녹색당과 무소속 의원들도 기후 정책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의 대표인 애덤 밴트는 “새로운 석탄과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금지가 모든 권력 분담 합의에 있어 당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의 2030년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노동당의 43%를 훨씬 뛰어넘는 60% 수준으로 높이자는 요구 캠페인을 벌인 몇몇 새로운 무소속 의원들도 알바니즈와 그의 반대세력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 행동 옹호자들은 대부분 무소속인 잘리 스테걸에 의해 도입된 법안과 같은 법안으로 시작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 법안은 엄격한 과학과 연구를 시행하고 더 엄격한 배출량 목표를 위해 프레임워크를 설정한다. 

탄소세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노동당은 이전 집권 때 2012년 고정 가격의 탄소세를 도입했으나 자유·민주 연합은 집권 이듬해인 2014년 탄소세를 폐지했다.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대형 온실가스 배출업체들의 배출량을 제한하기 위해 배출권 거래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멜버른 대학의 기후변화 정치 전문가인 로빈 에커슬리는 “탄소세가 호주의 기후 정책을 10년 가까이 후퇴시키는 역풍을 일으켰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노동당과 녹색당, 그리고 무소속들이 거의 10년간 긴 게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일 숫자나 단일 아이디어에 집착하는 것은 진보와 추진력을 저해할 것”이라며 “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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