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2.7㎞/ℓ 복합연비에 전기 주행 모드까지 더해
거칠고 자연 친화적인 랭글러 고유 매력은 그대로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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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지프의 대표 모델이자 오프로드용 SUV 대명사격인 ‘랭글러’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은 고유의 거칠고 야생적인 감성은 그대로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에너지 효율성까지 잡아내는 이중적인 매력을 지녔다.

지프의 첫 PHEV 모델인 랭글러 4xe는 랭글러 오버랜드 모델에 2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차저엔진에 전기모터 2개와 15.2kWh 리튬이온 배터리가 더해진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최고 출력 375마력, 최대 토크 65kg.m를 발휘한다. 마력보다 높은 토크가 두드러져 견인력과 등판력에서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세팅이다.

외관 역시 강인한 인상을 유지하고 있다. 차체 옆으로 불거진 오버휀더와 여유로운 휠하우스에 18인치 휠타이어가 들어있고 기교 없이 각진 차체, 후드 양쪽에 잠금장치와 차체 외부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도어와 후드 힌지는 기능성을 우선시한 이 차량의 투박한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도어와 뒷부분 루프는 분리 가능해 실용적인 아웃도어 활동을 지원한다.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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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고유의 7줄 수직 그릴에 동그란 헤드램프를 더한 랭글러의 얼굴은 세월이 지나도 크게 변함이 없다. 자세히 보면 헤드라이트 유닛이 다소 현대적으로 변했고 양 옆에 주간주행등이 더해졌을 뿐이다. 운전석 앞 휀더에 마련된 충전 포트와 후면에 블루 포인트를 준 ‘4xe’ 로고 정도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점을 나타낸다.

랭글러 4xe는 오프로드에 특화된 랭글러 루비콘에 비하면 일상 용도를 고려한 오버랜드가 기반인 만큼 승하차 편의를 위한 사이드 스텝, 외장 색상으로 도색된 휀더 등 은근히 세련된 구성도 갖추고 있다. 오프로드 감성의 태생적 매력은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메르세데스 벤츠 G바겐 등과 같이 도시에서의 마초적인 멋을 즐길 수도 있는 외관이다. 고유성과 개성 면에는 어떤 럭셔리 SUV와 견줘도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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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도 전통적인 기능성이 우선이다. 센터에 터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을 뿐 공조장치 조작부터 계기판 등 구성은 모바일기기를 방불케 하는 최신 차량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플라스틱과 가죽을 혼용해 견고하게 조립된 내장재, 다소 투박한 디자인은 소박하지만 직관적이고 실용적이다. 높은 차체와 큼지막한 윈도우 덕분에 측면으로는 개방감이 느껴지지만 작은 앞 유리와 높은 후드, 사각형 사이드미러와 두꺼운 B필러 덕분에 운행 시 사각은 꽤 있는 편이다.

주행 시에는 견고한 보디 온 프레임 구조의 전형적인 오프로드용 SUV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서스펜션 스트로크는 길지만 차체가 단단해 고르지 못한 노면을 꽤 과격한 움직임과 함께 주파해 나간다. 노면 상태에 따라 도심에서도 거침없이 비포장도로를 주행하는 야성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차고 넘치는 토크가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반응과 함께 제공돼 이 같은 거친 주행감을 더욱 손쉽게 즐길 수 있기도 하다. 기어레버 옆 레버를 힘껏 조작해 4륜구동 모드를 사용하면 네 바퀴가 한층 강력하게 노면을 물고 나가는 감각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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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전방 시야와 투박한 실내, 직물 루프를 통해 들어오는 적잖은 소음 등은 랭글러를 쾌적하고 편안한 차량으로는 느낄 수 없게 하지만 전동식 루프를 열면 모든 불만이 날아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1·2열 천장 전체가 열리면서 답답했던 시야는 넓은 하늘로 시원하게 확장되고 높은 차체와 실내를 감싼 투박한 차체 구조물은 도심에서도 마치 자연과 가까이 사파리에 나선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컨버터블 승용차나 스포츠카에서 느낄 수 있는 개방감과는 또 다른 감성이다.

랭글러의 감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코너에서 뒤뚱거리는 거동과 다소 헐거운 스티어링 세팅 등도 모두 이 차의 ‘여유로움’으로 느껴진다. 빠르게 달릴 필요도, 칼 같은 코너링 성능도 필요 없이 지나는 길과 주변 환경을 만끽하며 거칠지만 여유롭게 드라이빙을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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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글러 4xe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 같은 거친 감성과 상반되는 또 다른 매력을 제공한다. 에너지 효율이나 환경적 영향은 안중에도 없을 것 같은 외관이지만 순수 전기(일렉트릭) 모드로 소음이나 가스를 발생시키지 않고 34km 거리를 부드럽게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를 소진하면 에너지 절약(E-세이브) 모드에서 회생제동 기능을 켜고 주행 중 충전도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주행 모드에서 연비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2.7km며 기존 가솔린 버전 대비 연비는 리터당 3.7km,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km당 134g 줄었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완전히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느낌은 아니지만 시스템 합산 출력으로 험로 주행에는 충분한 수준의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이 같은 효율성을 달성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동식 톱이 적용된 랭글러 4xe의 국내 판매 가격은 8690만원이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장점은 분명하지만 내연기관 모델 대비 약 1500만원 비싼 가격표는 소비자에 따라 부담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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