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형욱 키움 단장 "선수 측 국내 복귀하지 않겠다 전달"
사실상 은퇴 수순 예고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강정호가 결국 KBO리그 복귀를 철회했다. 지난 2020년 6월 23일 사과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벗는 강정호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강정호가 결국 KBO리그 복귀를 철회했다. 지난 2020년 6월 23일 사과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벗는 강정호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강정호(35)의 KBO리그 복귀가 결국 무산됐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선수 측이 친정팀인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형욱(51) 키움 단장은 2일 오후 본지와 통화에서 "강정호가 '국내 복귀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고형욱 단장과 강정호 측 에이전트는 지난달 30일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린 목동구장에서 만났다. 당시 강정호 측은 고 단장에게 "복귀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여론이 좋지 않다 보니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부분 때문에 복귀를 포기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수 측이 이런 결정을 내린 상태에서 남은 건 발표였다. 선수 의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누가 발표할 것인지를 정하는 과정에 있었다. 내부에서도 논의 중에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발표가 나 버리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강정호의 국내 복귀는 지난 2020년 5월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받아 1년간 훈련 및 경기 출전이 불가하게 됐다.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그해 6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복귀 신청을 철회했다. 주변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적어 은퇴 수순을 밟는 듯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엔 구단 측이 먼저 발 벗고 나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올해 3월 고 단장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강정호와 3차례 통화로 복귀를 설득했고, 올 시즌 선수계약까지 마쳐 큰 충격을 줬다. 이어 KBO에 임의해지 복귀신청서까지 제출하면서 복귀를 공식화했다. 당시 엄청난 후폭풍이 불었지만, 고 단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선배 야구인으로서 야구선수로 마무리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다"는 일관된 설명만 했다.

논란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KBO도 고심에 빠졌다.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여러 사안을 검토한 끝에 복귀 불허를 결정했다. KBO는 임의해지 복귀를 허가하되, 키움과 강정호 간 체결한 선수계약은 승인하지 않겠다고 결론 지었다. 3차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세 번째 음주운전 당시 교통사고를 일으켰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복귀를 막았다.

임의해지에서 벗어났지만, 구단과 계약 승인을 얻지 못해 KBO리그에서 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본인 스스로가 복귀를 포기했다. 2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이번 복귀 시도마저 무산되면서 사실상 은퇴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고 단장은 "선수 측이 은퇴라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 6월 23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인 강정호. 2차례 국내 복귀를 타진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사실상 은퇴 수순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지난 2020년 6월 23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인 강정호. 2차례 국내 복귀를 타진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사실상 은퇴 수순을 예고했다. /연합뉴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유격수였던 강정호의 마지막이 씁쓸하기만 하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강정호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로 건너가기 전인 2014년까지 통산 902경기에서 139홈런 545타점 타율 0.298을 기록하며 KBO리그 간판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2014년에는 40홈런 117타점으로 역대 유격수 한 시즌 최다 홈런과 최다 타점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지만, 타격에서도 재능을 보였다. 2014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의 문을 두드렸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4+1년 최대 1650만 달러 계약을 맺고 꿈의 무대로 향했다.

그러나 음주운전으로 모든 걸 잃었다. 2016년 12월 음주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아 다른 차량과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했다. 당시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한 게 드러나면서 충격을 줬고, 조사 과정에서 비슷한 사고가 2차례 더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더 큰 충격을 안겼다. 2017년 비자 발급 지연으로 시즌을 통으로 날렸고, 2018년 막판 피츠버그로 복귀했지만 이듬해 방출됐다. 이후 2차례 국내 복귀에도 실패하면서 선수 강정호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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