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재용, 7~18일까지 유럽 출장
네덜란드·독일·영국·북유럽 등 순방 예정
반도체·6G 장비 확보와 M&A 추진 가능성 높아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민간 외교관으로서 한미동맹의 교두보 역할을 한데 이어 이번엔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반도체장비 확보뿐 아니라 인수합병(M&A) 가능성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이 언급한 ‘조만간 큰 선언과 M&A 가능성’이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낼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2월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부터 18일까지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이번 이 부회장의 출장지는 네덜란드와 영국, 독일은 물론 북유럽 등 여러 국가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업체인 ASML과의 회동을 통해 미래 최첨단 반도체장비 확보에 나선다. 다음달 중 기초공사 착수에 들어갈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 들어갈 장비 계약을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EUV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만드는 설비로 파운드리 경쟁력을 높이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에 비해 턱없이 적은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EUV 장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TSMC는 100대 이상 확보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15대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 내 삼성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TSMC는 이미 지난해부터 독일에 첫 유럽 파운드리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대만 정부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최근 대만과 유럽연합(EU)은 반도체 분야 중심으로 첫 장관급 회의를 열고 반도체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TSMC를 포함한 대만 현지 반도체업체의 공장이 유럽에 지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조 케저 지멘스 CEO(최고경영자). /사진=각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조 케저 지멘스 CEO(최고경영자). /사진=각사

이 부회장은 독일 설계자동화(EDA) 도구 업체인 지멘스 수뇌부도 직접 만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지멘스 방문은 지난달 30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회동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방한한 겔싱어 CEO와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각 부문장들과 함께 릴레이 회의를 가졌다. 지멘스도 올 2월 인텔에 파운드리 서비스와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등 설계·제작을 지원하기로 밝혀 3사간 반도체 동맹을 짐작케 한다.

더구나 지멘스는 삼성전자의 오랜 협력사로 이 부회장과는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14년 10월과 이듬해 10월 서울에서 조 케저 지멘스 회장과 회동을 가졌다. 당시 스마트공장과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사업을 논의했다. 2012년 2월에도 이 부회장은 지멘스 본사를 방문해 피터 뢰셔 CEO와 만났다.

지멘스에서 분사한 인피니온은 네덜란드의 NXP와 함께 삼성전자의 M&A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피니온은 1999년 지멘스에서 분사해 설립된 독일의 자동차·산업·전력용 시스템반도체 기업이다.

영국의 세계적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 ARM(암) 공동 인수 컨소시엄에 삼성전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부회장의 영국 방문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이 부회장이 만난 인텔은 올 초 ARM 인수 의사를 밝혔고, 퀄컴과 SK하이닉스도 ARM 인수전 참여를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한 부회장은 최근 호암상 시상식장과 올 초 CES2022 등에서 여러 차례 대규모 M&A 추진 계획을 전하고 있어 연내 삼성이 빅딜을 성사시킬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삼성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130조원에 가까워 실탄도 넉넉한데다 최근 반도체 분야 투자 규모를 더욱 확대한 상황이라 빅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는 이 부회장이 출장 기간 북유럽 등 다른 국가들을 더 방문해 반도체 분야 외에도 6세대 이동통신(6G) 장비 등으로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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