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향상된 출력과 완성도 높인 차체로 후륜구동 수동 스포츠카 매력 완성
사진=김정우 기자
사진=김정우 기자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손맛이 참 즐거운 차다. 특히 내연기관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추세 가운데 이 차가 갖는 분명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제 스피디움 레이싱 서킷 시승 행사에서 만난 토요타 ‘GT86’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수동 스포츠카다. 보다 정확히는 수동기어를 탑재한 후륜구동 경량 스포츠쿠페다. 이는 단순히 기어 변속을 직접 조작할 수 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운전자가 차량의 구동 메커니즘에 개입하고 거동을 일일이 제어하며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드라이빙 머신인 것이다.

이날 서킷 주행 인스트럭터로 참여한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 출신 권봄이 선수는 GR86에 대해 “운전 실력이 받쳐준다면 참 즐겁게 탈 수 있는 차”라며 “차가 운전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운전자가 해 나가야 하는, 운전을 배워가야 하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연기관이 전기차로 대체되고 각종 전자식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더해지는 요즘의 자동차 시장에서 운전자의 역할이 강조되는 보기 드문 차량이라는 의미다.

사진=김정우 기자
사진=김정우 기자

‘86’은 자동차 레이싱을 주제로 하는 애니메이션 ‘이니셜D’ 시리즈에서 주인공이 타는 차로 많은 이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비범한 운전 실력을 갖춘 주인공이 출력은 낮지만 가볍고 밸런스가 좋은 후륜구동 차량 86으로 레이싱을 거듭하며 경험과 명성을 쌓아가는 내용의 이야기다. 여기서 주인공의 실제 차량명은 ‘토레노’며 86은 ‘AE86’이라는 섀시 코드를 뜻하는 명칭이다.

토요타는 2012년 ‘GT86’이라는 이름으로 86을 부활시켰다. 수수한 해치백 차체를 가지고 있던 오리지널 86과 달리 보다 공격적인 2도어 스포츠카 디자인을 적용했지만 200마력의 4기통 2리터 엔진, 공차중량 1200kg대의 가벼운 무게로 정체성을 유지했다. 고출력 스포츠카가 범람하는 시대에 적당한 출력으로 ‘운전 본연의 재미’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사진=김정우 기자
사진=김정우 기자

지난달 16일 국내에 공식 출시된 GR86은 GT86의 후속으로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디비전 가주레이싱의 노하우가 적용된 모델이다. 르망 24시 4연패와 WRC 우승에 빛나는 토요타 가주레이싱(TGR)의 엔지니어, 드라이버가 개발과 튜닝에 직접 참여해 운별도의 튜닝을 하지 않아도 즐거운 서킷 주행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냈다.

GR86은 강력해진 2.4리터 자연흡기 수평 대향엔진을 도입해 엔진의 무게중심을 낮추고 부드러운 가속을 완성했다. 이전 86 대비 배기량이 400cc 높아져 고회전 영역의 가속력과 응답성이 좋아졌으며 6단 수동 변속기는 클러치 용량과 기어의 강도를 높여 더 높은 출력과 가속력을 선사한다. 또한 저점도 오일을 적용해 부드러운 변속감도 실현했다.

이전 모델 대비 커진 배기량은 다소 아쉬웠던 출력을 보완해 가속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뒷바퀴에 더 강한 토크를 걸어 드리프트 시 보다 쉽고 재미있게 차체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 체결감이 분명한 기어박스는 '힐 앤 토(발 끝과 뒤꿈치로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조작하며 변속 시 엔진 회전수를 직접 맞춰주는 동작)'와 함께 운전자가 직접 차량의 구동계를 제어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운전의 쾌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사진=김정우 기자
사진=김정우 기자

GR86 전용으로 개발된 새로운 후륜구동 플랫폼은 차량 무게중심과 운전자 포지션을 낮춰 코너링과 고속주행 시 안정감을 더한다. 서킷 주행 시 드라이버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을 제공하고 동시에 차량의 스핀을 억제하는 트랙 모드가 도입돼 상황에 맞게 운전을 조작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차량 하부에는 구조물을 추가해 비틀림 강성을 높이고 차량 곳곳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해 경량화 했다. 이날 슬라럼 테스트와 드리프트 시운전에서 단단한 차체 강성을 기반으로 타이어 접지력 한계를 넘나들면서도 운전자의 의도대로 선회하는 거동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전 모델보다 다듬어지고 안정적인 운동성이 인상적이다.

전반적인 성능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과하지 않은 출력과 앞뒤 폭이 215mm에 불과한 타이어로 차량의 성능 한계를 느끼면서 운전자가 드라이빙에서 큰 역할을 하도록 하는 성격은 유지하고 있다. 스포츠 드라이빙 머신으로써의 86 고유의 정체성이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사진=김정우 기자
사진=김정우 기자

토요타는 GR86 외관에 가주레이싱의 모터스포츠 경험을 반영한 에어로다이내믹 설계와 다이나믹 감성을 반영했다고 설명하지만 인상은 비교적 수수하다. 이전 모델 대비 부드러워진 디자인이지만 일본 스포츠카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 디자인 감성을 자아내기도 한다. 전면에는 GR 엠블럼, GR 브랜드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G 매시그릴’이 적용됐다.

실내는 담백하지만 스포츠 드라이빙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구성됐다. 운전자의 시선에 방해가 없는 수평형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직관성이 돋보이는 조작부 버튼은 운전자가 오롯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며 스포츠시트는 경량화 시트 프레임이 적용돼 효율적인 전후 무게중심 배분을 돕는다. 센터콘솔 암레스트는 기어 조작 시 팔꿈치가 콘솔 커버로 인해 방해받지 않도록 낮게 설계됐다.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는 7인치 TFT LCD가 적용돼 시인성이 우수하고 트랙 모드로 변경 시 서킷 주행에 적합하게 화면이 변경된다. 이외에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는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후방 카메라, 조향에 따라 전조등의 방향이 바뀌는 어댑티브 프론트 라이팅 시스템(AFS)등 편의 사양을 탑재했다.

각종 전자장비와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차세대 자동차가 대중화 되는 시점에 수동 기어의 아날로그 감성을 선사하고 운전자의 스포츠 드라이빙 실력을 키워주는 GR86의 판매 가격은 스탠다드 트림이 4030만원, 18인치 휠과 후방카메라, 조향 연동식 헤드램프 등이 적용된 프리미엄 트림이 4630만원이다.

김정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