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임찬규. /연합뉴스
LG 트윈스 임찬규.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FA로이드'라는 말이 있다. FA(자유계약)와 스테로이드(금지약물)를 합친 말이다. FA 자격 취득을 앞둔 선수가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라도 맞은 것처럼 예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낸다는 뜻을 지닌다.

선수에게 FA만큼 확실한 동기부여도 없다. 그러나 때론 FA가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FA 자격 획득 직전 해의 성적이 '몸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예비 FA 기상도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시즌 일정의 40%가량을 소화한 7일 오전 기준으로 많은 예비 선수가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임찬규(30·LG 트윈스)와 한현희(29·키움 히어로즈)는 '투수 최대어'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의 늪에 빠졌다. LG의 토종 에이스 구실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임찬규는 올해 8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4패 평균자책점 6.16을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구위 저하 현상을 보여 지난달 2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지난해 방역 수칙 위반 논란을 일으킨 한현희는 올해 부상과 부진으로 부침을 겪고 있다. 올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7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7.20을 기록 중이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발목을 다쳐 출발부터 꼬였고, 4월 24일 KIA를 상대로 시즌 첫 1군 등판에 나섰지만 2.1이닝 9실점(8자책)으로 무너졌다. 한동안 불펜 투수로 뛴 그는 지난달 29일 롯데 자이언츠전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을 마크하며 뒤늦게 시즌 첫 승을 올렸다.

불펜 투수 심창민(29·NC 다이노스)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삼성 라이온즈에서 NC로 이적했다. 당시 심창민과 포수 김응민(31)이 NC로 건너왔고, 포수 김태군(33)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심창민은 NC가 불펜 강화를 위해 야심 차게 영입한 자원이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11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점 14.21로 부진했고, 결국 지난달 16일 2군행을 통보 받았다.

NC 다이노스 박민우. /NC 다이노스 제공
NC 다이노스 박민우. /NC 다이노스 제공

내야수 최대어 박민우(29·NC)의 성적도 예년만 못하다. 박민우는 지난해 원정 숙소 술자리 파문을 일으켜 징계를 받고 5월 4일 삼성전에서 복귀전을 치렀으나 이후 28경기에서 타율 0.234(111타수 26안타), 1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630에 그치고 있다. 2015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6년 연속 3할 타율을 올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베테랑 야수 서건창(33·LG), 김상수(32), 김헌곤(34·이상 삼성)의 상황도 암울하다. 서건창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재수'를 택했다. 절치부심하며 올 시즌 준비에 공을 들였으나 47경기에서 타율 0.212(137타수 29안타), 1홈런, OPS 0.553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옆구리를 다쳐 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올 시즌을 마치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 김상수는 20경기에서 타율 0.164(73타수 12안타)로 처참한 성적을 냈다. 옆구리 부상 등으로 4월 27일 1군에서 이탈한 뒤 5월 2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복귀전을 치렀으나 또다시 부상으로 3일 전력에서 이탈했다. 

삼성의 주장 김현곤은 LG로 이적한 박해민(32) 대신 주전 중견수를 맡았으나 타율 0.194, 무홈런, 11타점, OPS 0.446으로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졌다. 이미 한번 2군까지 다녀왔지만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FA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포수 포지션의 박세혁(32·두산 베어스)과 이재원(34·SSG 랜더스)도 저조한 성적을 냈다. 두 선수 다 포수 본연의 임무는 잘 수행하지만 타격 성적이 리그 최하위권이다. 박세혁은 49경기에서 타율 0.216(139타수 30안타), 이재원은 34경기에서 타율 0.182(88타수 16안타)에 그치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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