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후 문제에 장애인 요구 조항이나 장애인 언급 하는 나라 거의 없어"
"파리협정의 192개 국 중 35개 국 만이 NDC에 장애인 지칭...이 마저도 피상적"
2005년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간 뒤 남겨진 휠체어/사진=가디언 캡처
2005년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간 뒤 남겨진 휠체어/사진=가디언 캡처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장애인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날씨 영향으로 위험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 이와 관련해 각국 정부들로부터 조직적으로 무시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기후변화 공약과 정책에 장애 포용(Disability Inclusion in National Climate Commitments and Policie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기후에서 장애인 문제에 대한 거의 최초의 종합적인 검토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붕괴의 영향에 적응하기 위한 계획을 세울 때 장애인들의 요구를 위한 조항을 만드는 나라는 거의 없으며,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에 장애인을 언급하는 나라도 거의 없다.

캐나다 맥길대(McGill University) 교수이자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세바스티앙 조도인은 “장애인들의 요구가 간과되고 있다”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기후 계획에 포함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조직적으로 무시돼 왔다”고 지적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기후 영향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 중 하나다. 부분적으로 장애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종종 이에 수반되는 사회적 불이익 때문이기도 했다. 아울러 장애인들은 이미 기후 위기로 인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실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휠체어를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피 계획이 없었고 적응하지 않은 차량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발이 묶였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강타했을 때도 많은 휠체어 사용자들에게 동일한 문제가 반복됐다.

맥길대 연구진은 2015년 파리협약에 따라 각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조사했다. 또한 기후 위기의 영향에 적응하기 위한 국가들의 국내 계획을 샅샅이 살펴봤다.

그 결과 연구진은 파리 협정의 192개의 당사자들 중 35개국만이 NDC에서 장애인을 지칭하는 것을 발견했다. 또 45개 국가만이 국가 정책이나 프로그램에서 장애인을 언급했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주요 경제국은 그러한 인식을 전혀 포함하지 않았지만, 독일, 스페인, 한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들은 그들의 적응 계획에 참조를 포함했다. 짐바브웨, 멕시코, 파나마 등 소수 국가들만이 두 가지를 모두 했다.

장애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포함된 대부분의 국가조차도 장애인을 상담하거나 장애인의 권리가 존중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의미 있는 메커니즘을 포함하지 않고, 피상적인 방식만을 유지했다.

오히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보다 더 나은 임무를 수행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DC의 장애인을 인용한 35개국 중 캐나다 단 1개 국만이 선진국이었고, 장애인을 적응계획을 언급한 45개국 중 15개국만이 선진국이었다.

이 같은 격차는 가난한 나라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극단적인 날씨의 영향에 대처하도록 기후금융을 제공해 장애인과 어린이, 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을 특별히 고려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위험 요소들 중 일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예컨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폭염이 닥쳤을 때 일반인보다 사망률이 50배 이상 높은 경향이 있다. 약물로 인해 온도 변화에 더 민감한 탓이다.

이번 보고서는 장애인들의 요구를 고려하기 위해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청각이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경고를 받을 수 있도록 폭풍과 극한 날씨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테스트해야 한다”며 “이 같은 조치들은 실행이 간단하지만 일부는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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