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유강남. /LG 제공
LG 트윈스 유강남. /LG 제공

[잠실=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유강남(30)이 올해 좋은 성적 올려서 강남으로 이사 갔으면 좋겠어요."

15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만난 류지현(51) LG 감독은 '예비 FA' 포수 유강남 관련 질문에 이같이 말하며 껄껄 웃었다.

서울고를 졸업한 유강남은 2011 신인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전체 50순위로 LG에 입단했다. 낮은 지명순위에서 나타나듯 입단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성실한 훈련 태도와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점차 입지를 넓혀나갔다. 공수 겸장 포수로 활약하며 2015년 LG 주전 포수로 도약했다.

유강남은 올해 풀타임 8년 차를 맞았다. 16일 오전까지 6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7(194타수 48안타), 2홈런, 22타점, 28득점, 출루율 0.326, 장타율 0.330, OPS(출루율+장타율) 0.656을 기록 중이다. 도루저지율은 15%(9/60)다.

성적만 보면 평범한 포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LG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숫자에 드러나지 않는 유강남의 가치를 알고 있다. 그는 포수 본연의 임무인 수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투수의 공을 잡는 캐칭 능력이 탁월하다. 현대 야구에서 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 프레이밍(포수가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공을 잡는 것) 능력이 KBO리그 포수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KBO리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달리 프레이밍 수치를 계량화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데이터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야구 전문가들과 선수들은 유강남이 뛰어난 프레이밍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LG 코치 시절 유강남을 지도한 김동수(54)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16일 본지와 통화에서 "유강남의 프레이밍 능력은 단연 최고다. 기본적으로 다른 포수들보다 공을 잘 잡아준다. 스트라이크를 볼로 만드는 포수들도 있지만, 유강남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오는 공을 정확하게 잡는다. 특히 보더라인(경계선)에 걸치는 낮은 공을 정확히 잡아 스트라이크 콜을 받게 한다"고 짚었다.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왼쪽)와 유강남. /LG 제공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왼쪽)와 유강남. /LG 제공

MLB 출신의 외국인 투수들도 유강남의 프레이밍 능력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케이시 켈리(33), 아담 플럿코(31)는 물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LG에서 뛰며 통산 33승을 거둔 타일러 윌슨(33)과 지난해 LG에서 뛴 앤드류 수아레즈(30)도 유강남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플럿코는 "유강남의 프레이밍 능력은 KBO리그 최고라고 생각한다. 스트라이크를 만들어주는 능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빅리그 시절 명포수 버스터 포지(35)와 호흡을 맞췄던 수아레즈도 지난해 “유강남은 제가 뭘 던지든 스티커처럼 달라붙게 만드는 포수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류지현 감독은 “MLB 포수들은 (유)강남이처럼 낮은 코스의 스트라이크존을 열심히 잡아주지 않는데, 강남이는 그 코스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프레이밍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 호흡을 맞췄던 포수들과 다른, 열심히 잡는다는 느낌을 받다 보니 유강남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