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고우석(왼쪽)-KIA 타이거즈 정해영. /LG, KIA 제공
LG 트윈스 고우석(왼쪽)-KIA 타이거즈 정해영. /LG, KIA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창룡 불패' 임창용(46ㆍ은퇴)은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KBO리그 통산 258세이브(3위)를 올렸고, 5차례나 30세이브를 달성했다. 1998년과 1999년, 2004년, 2015년 등 4차례 구원왕에 오르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임창용이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로 입지를 굳힌 해는 해태 타이거즈(KIA 타이거즈 전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1998년이다. 그해 그는 만 22세의 나이로 34세이브를 올리며 당시 최연소 30세이브를 달성했다. 아울러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세이브 1위에 올라 최연소 구원왕 기록을 썼다.

올해 고우석(24ㆍLG 트윈스)과 정해영(22ㆍKIA)은 전설 임창용을 소환하고 있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수호신인 둘은 올 시즌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영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LG 트윈스 고우석(가운데). /LG 제공
LG 트윈스 고우석(가운데). /LG 제공

◆최정상급 클로저로 거듭난 고우석

충암고를 졸업한 고우석은 2017년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후 2년간 중간 계투로 경험을 쌓았고, 2019년 마무리 투수로 변신했다. 최고 시속 150km 중반까지 나오는 불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로 자리매김했다. 그해 35세이브를 수확했다. 2020년에도 17세이브로 마무리 자리를 지켰고, 지난 시즌엔 30세이브를 올렸다.

고우석은 올해도 변함없이 팀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19일 오전까지 28경기에 출전해 1승 1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1.73,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31, 피안타율 0.226을 기록 중이다. 정해영과 함께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다. 블론 세이브는 단 1개도 없다. 세이브 성공률 100%를 기록 중이다. 올 시즌 15세이브 이상을 올린 투수 4명(고우석, 정해영, 오승환, 김택형) 가운데 블론 세이브를 1개도 범하지 않은 투수는 고우석이 유일하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ㆍ스탯티즈 기준) 역시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가운데 가장 높다.

고우석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 경기에서 시즌 18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면서 개인 통산 100세이브를 고지를 밟았다. KBO리그 역대 19번째 기록이다. 선동열(59), 송진우(57), 정명원(56ㆍKIA 2군 감독), 정대현(44ㆍ동의대 코치), 임창용, 오승환(40ㆍ삼성 라이온즈) 등 레전드 마무리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LG 소속 선수 중에는 김용수(62), 봉중근(42)에 이어 3번째로 100세이브를 채웠다.

1998년생인 고우석은 누구보다 빠르게 100세이브에 도달했다. 만 23세 10개월 11일의 나이로 100세이브를 올렸다. 임창용(당시 삼성)이 2000년 4월 14일 대구에서 남긴 역대 최연소 100세이브 기록(만 23세 10개월 10일)보다 불과 하루 늦은 기록이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역대 최연소 200세이브 달성 기록에 도전해볼 만하다. KBO리그 역대 최연소 200세이브는 오승환이 2011년 8월 12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달성한 29세 28일이다. 아직 만 23세에 불과한 만큼 현재처럼 차곡차곡 세이브를 쌓는다면 오승환을 넘어 새 역사를 쓸 수 있을 전망이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왼쪽).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정해영(왼쪽). /연합뉴스

◆정해영은 새로운 역사에 도전

정해영은 2020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했다. 광주일고 시절 에이스로 활약한 유망주였지만, 아버지가 정회열(54) 전 KIA 2군 감독이라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다.

정해영은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데뷔 첫해인 2020년 47경기 5승 4패 1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9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엔 마무리로 변신해 34세이브를 올렸다. 그해 10월 20일 KT 위즈전에선 20세 1개월 27일의 나이로 시즌 30세이브 고지를 밟아 고우석이 보유하고 있던 리그 최연소 30세이브 기록(종전 21세 1개월 7일)을 갈아치웠다.

정해영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당시 인터뷰에서 "팔 상태가 정말 좋다. 준비를 잘해서 자신 있다. KIA 팬들이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게 하겠다.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그는 시즌 전 내건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도 안정감을 뽐내며 KIA의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다. 올 시즌 25경기에 출전해 2승 2패 18세이브(공동 1위), 평균자책점 2.42, WHIP 1.00, 피안타율 0.196를 기록 중이다. 블론 세이브는 1개밖에 없다. 15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투수 가운데 세이브 성공률 2위(94.7%)를 달리고 있다. 9이닝당 볼넷(3.86→2.42)이 줄어들고, 삼진(6.75→8.65)은 늘면서 더욱 안정적인 클로저로 진화했다.

정해영은 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15세이브째를 챙겨 KBO리그 최연소(20세 9개월 9일) 50세이브의 주인공이 됐다. 팀 대선배인 한기주(35)가 보유했던 종전 기록(21세 4개월 5일)을 7개월 가까이 단축했다.

이제 ‘1998년 임창용’을 향해 달린다. 타이거즈는 1998년 임창용 이후 구원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매 시즌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정해영은 이제 전설인 임창용의 뒤를 이으려 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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