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진칼 편입 9년 만에 자회사로…“항공 수직계열화”
아시아나 인수 통한 ‘통합 LCC’ 출범 의지 드러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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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정우 기자] 대한항공이 9년 만에 진에어를 다시 품게 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한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출범 채비를 갖췄다. 그룹 차원에서는 항공운수 사업의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진에어 주식 전량을 대한항공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매각 규모는 한진칼이 보유한 진에어 주식 2866만 5046주(지분율 54.91%)이며 매각 금액은 6048억원이다. 진에어는 2013년 지주사인 한진칼 자회사로 편입된 9년여 만에 대한항공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매각이 완료 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한진칼(지주사)-대한항공·진에어(자회사)’에서 ‘한진칼(지주사)-대한항공(자회사)-진에어(손자회사)’로 바뀐다. 주된 매각 목적은 LCC 수직계열화를 통한 사업 시너지 추구다. 현재 인수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까지 포함한 통합 LCC 출범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대한항공과의 통합항공사(FSC) 및 통합 LCC를 구성함으로써 그룹 차원의 사업 효율화 작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지난 4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3주기 추도식에서 “통합 LCC는 대한항공 자회사로 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항공 부문 수직계열화는 중복노선 정리를 통한 효율화 및 연결편 강화 등 항공노선 네트워크의 최적화를 가능하게 한다. 기재 도입·운영 등에서도 비용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재무구조 개선도 기대된다. 한진칼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회사 지원을 진행하면서 차입금 규모가 1조2862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번 매각 대금으로 차입금 상환에 필요한 실탄을 일부 확보하게 됐다. 진에어의 경우에도 대한항공의 지원을 통한 자본조달 능력 강화가 예상된다.

항공 수직계열화와 통합 LCC 출범은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 인수라는 조건이 전제된다. 현재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인데 이 중 한 곳이라도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 인수는 사실상 불발된다. 이런 가운데 진에어를 자회사로 편입시킨킨 것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양사 간 기업결합 심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총 14개 국가 가운데 8개국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심사가 진행 중인 6개 국가 가운데 필수 신고 국가는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일본이며 임의 신고 국가는 영국과 호주다. 이 중 특히 독과점에 민감한 EU와 자국 항공사 타격을 우려하는 미국의 승인 여부가 난관으로 꼽힌다. 국내 공정위는 최근 독점 우려에 따라 일부 노선을 다른 항공사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조건부로 승인을 내렸다.

업계는 인수합병이 불발 또는 지연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심각한 경영난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6000억원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이 1년 이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3조4163억원이며 장·단기 차입금 7조7667억원에 대한 연간 이자 비용은 3000억원을 웃돈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219%에 달한다.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자본잠식 위기에 빠져있다.

신용등급 하락도 우려된다. 2012년 이후 지속 하락한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2020년 말  ‘BBB-(하향검토)’까지 떨어졌다가 대한항공의 인수 계획이 발표된 이후에서야 ‘부정적’으로 일부 상향됐다. 인수합병에 차질이 생기면 신용등급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이번 한진칼의 진에어 지분 매각은 한진그룹 동일 계열집단 내 지분 이동에 해당한다. 한진칼 관계자는 “진행 중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과 관련한 해외 기업결합 신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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