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0년 이상 근무, 코로나 방역 도왔지만
업무대행 의사, 휴가·포상금 각종 차별 감내
2018년 임기제 전환 약속, 이행 촉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보건소. /고양시 덕양구 제공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보건소. /고양시 덕양구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경기 고양시 산하 3개 보건소가 최근 업무대행 의사 5명에게 일방적 계약해지를 통보해 사회적으로 논란이다. 

20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고양시 산하 덕양구·일산동구·일산서구 보건소는 지난달 3일 업무대행 의사 5명(치과의사 3명·한의사 2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이들 5명은 오는 30일 계약이 종료된다.

업무대행 의사는 ‘고양시 관련 조례’에 따라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지자체 보건소에 배치돼, 대면 진료 등을 맡는다. 이번에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의사들은 2008~2013년 사이 ‘지역 보건의료 사업에 대한 업무대행 계약’을 맺고 최초 2년, 이후에는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 3개 보건소에서 약 10년에서 15년 이상 근무했다.

시가 의사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명분은 ‘업무대행이라는 불합리한 제도 개선’이다. 그러나 해지 통보를 받은 의사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기에 접어들자 일방적으로 해고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시와 보건소에게 업무대행 의사는 ‘필요할 때만 가족’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역학조사와 확진자 생활치료센터 운영, 선별진료소 근무 등 방역업무를 도왔다. 그러나 ‘업무대행’이라는 신분 때문에 휴가나 포상금 차별이 발생했다. 

특히 지역보건법에 따른 전문인력 배치는 법률상 의무(지역보건법 시행규칙 4조)인데, 시와 보건소는 이를 무시한 채 계약해지를 강행했다.

의사들은 “각 보건소 팀장들이 지난 2018년 간담회 때 밝힌 업무대행 의사의 임기제 공무원 전환 계획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7년 공무원과 사실상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대행 의사의 정규직 전환을 권고하는 결정했다. 

시 보건소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신분이라 4대 보험 혜택은 물론 각종 수당도 받지 못하는 업무대행 의료진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다 보니 부득이 계약연장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면서 “임기제 전환 약속 이행 여부는 예산과 정원 문제 등으로 이행이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보건소 측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 고양시 채용공고엔 같은 업무대행 의사 채용계획 재공고가 버젓이 올라와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번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의사 A 씨를 직접만나 이들의 입장을 들었다.

고양시 보건소 계약해지 업무대행 의사 5명이 시청 감사관 감사팀에 제출한 진정서(왼쪽)와 지난 2018년 작성된 고양시 업무대행 의사 임기제 공무원 전환 계획서. /고양시 업무대행 의사 제공
고양시 보건소 계약해지 업무대행 의사 5명이 시청 감사관 감사팀에 제출한 진정서(왼쪽)와 지난 2018년 작성된 고양시 업무대행 의사 임기제 공무원 전환 계획서. /고양시 업무대행 의사 제공

Q.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을 공무원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다. 업무대행 의사가 어떤 형태의 직군인가. 

A. 굉장히 특이한 직군이다. 보건소에서 근무하지만 저희는 사업자등록도 하고, 종합소득세 내고, 원천징수도 한다.

대부분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임기제 공무원(일정 기간 일시적으로 채용되는 공무원)이다. 처음 1년 계약하고, 1년마다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5년이 지나면 다시 공개경쟁으로 선발한다. 경기도의 경우 갑자기 공중보건의사들이 대거 빠지면서 일반 의사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업무대행 의사’라는 직군이 생겼다. 당초 일시적 대안으로 만들었다가 임기제로 전환하려고 했지만, 그냥 이렇게 10년 이상 방치됐다고 생각한다.

Q. 일반 민간기업과 비교하면 비정규직으로 볼 수 있나.

A. 우리는(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5명의 업무대행 의사) 고양시 조례 및 계약서에 따라 보건소장의 업무 지휘·감독을 받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보건소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개원을 한 의사도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리고 환자 수에 따른 보건소 수입 증감이 보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등 사실상 공무원이지만, 현실은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이다.

Q. 지난 2018년 11월 각 보건소 행정팀장과 업무대행의사들이 모여 2019년 7월까지 업무대행 의사들을 임기제 공무원제로 전환하기로 약속했다.

A. 그렇다. 당시 임기제 공무원 전환 동의서를 모두에게 받았고, 이에 각자 다른 계약기간을 6월30일로 똑같이 맞췄다. 그래야 채용공고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Q. 지방선거로 고양시장이 바뀐다. 그에 따른 영향인지.

A. 선거 영향은 아닌 것 같다. 계약상 ‘갑’은 고양시장이지만, 실제로는 보건소장과 계약연장 여부를 결정했다. 우리는 필수인력이고, 매년 갱신을 했으니까. 그래도 업무대행은 비정상적인 고용 방식이기 때문에 임기제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해고통보는 시청이나 인사 담당자와 논의 없이 보건소장들끼리 모여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 같다. 감염병 대응 체제로 “조직개편이 있을 것 같다”면서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더라. 

하지만 아직까지 조직개편이 실행된 것도 아니고, 관련 안도 없다. 이 같은 얘기를 시청에 확인했더니 ‘사실무근’이라고 하더라. 이재준 고양시장에게 확인했지만 “전혀 들은 바 없다”고 했다. 그 누구도 모르는 얘기를 3개 보건소에서 결정하고, 한날한시(5월3일 오후 4시)에 5명에게 통보한 것이다. 정말 황당하다.

Q. 이동환 고양시장직 인수위원회에도 이번 계약해지 문제를 제기했는지 궁금하다.

A. 인수위에도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별개로 지난 16일 저희 의사들과 경기도 한의사협회 및 치과의사협회 관계자 등이 한준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고양을)을 만나 재발방지를 위한 법개정을 요구했다.

Q.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업무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A. 코로나 이후 진료업무가 많이 줄었고, 진료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역학조사하시는 분들이나 검체 업무 등으로 사용 중이다. 진료실이 없어서 업무대행 의사와 더 이상 계약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도 법률로 정해진 인원을 소장들이 독단적으로 인사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 묻고 싶다. 공고가 새로 나온 것도 아니고, 자리 자체가 공석인 상황이다. 

우리가 일을 못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오미크론 유행 때 정말 업무가 많았다. 보호센터나 요양병원 등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대응방안에 대해 처치하고 역학조사, 병상 배치 등 최선을 다했다. 퇴근 후에도 전화기를 붙잡고 일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업무대행 의사 채용하지 않겠다더니 이번 일산동구보건소 예방접종실 채용공고를 보니 업무대행이더라.

Q. 그간 업무성과를 평가할 정확한 기준이 시나 보건소에 마련돼 있었나.

A. 저희가 매년 계약갱신하기 때문에 진료환자 수, 출장 등을 진행사업에 대해 제출했다. 최근 2년은 진료실 업무가 적어 코로나 역학조사 및 선별진료에 대해 제출했다. 그건 다른 직군도 마찬가지다. 금연상담사나 운동처방사 등 모두 코로나 관련 업무를 했다. 우리에게만 이러나라는 생각이 든다. 

Q. 업무대행 의사들이 일반 공무과 비교해 어떤 차별을 받았나.

A. 정확한 복무규정도 없다. 어떤 선생님의 경우 질병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개인이 직접 대체할 의사를 구하고 2개월 휴가를 냈다. 보건소에서는 따로 채용공고도 내지 않았다. 출장이나 위험한 곳을 나가도 ‘공무원이 아니다’면서 관련 수당이 없다. 심지어 이번 코로나 포상도 받지 못했다. 보건소장이 개인재량으로 줘야 포상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의사들이 보건소에 오래 근무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지역에 대규모 행사가 열리면 공무원들은 특별포상을 받는다. 그러나 업무대행의사는 현장에 나가 진료 등 함께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공무원이 아니란 이유로 포상을 받지 못한다. 매년 계약갱신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10년간 급여도 딱 한 번 올랐어도 (불만을) 말할 수도 없었다. 이런 차별이 쌓여 시나 보건소와 싸우고 나가는 의사들이 많다. 필요에 따라 같은 직원이었다가, 그렇지 않을 때는 업무대행이라고 차별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

Q. 법적 대응도 생각하고 있는지.

A. 아직 소송까지 생각하고 있진 않다. 우선 (변호사에게) 자문받고, 시청 감사팀에 진정서만 제출한 상황이다. 이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고, 갈등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 시청 감사팀에서 잘 해결해줄 거라고 기대한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A. 보건소장들이 업무대행 의사들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외부 출장사업뿐 아니라 침 시술을 받기 위해 하루 약 30명이 진료실을 방문한다. 환자들 중 70대 이상 고령은 물론, 독거노인과 환경미화원 등 다양한 분들이 있다. 이들이 보건소를 방문해 규칙적으로 진료 및 상담, 의약품 처방을 받는 것은 (지역 공공보건의료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주변에 한의원과 치과가 많다는 이유로 보건소장들이 (지역보건법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각자 역할이 다르다.

정해진 인사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운영하는 게 맞나 싶다. 매일 얼굴 보는 사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큰 문제제기한 적도 없다. 업무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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