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소형준. /KT 제공
KT 위즈 소형준. /KT 제공

[잠실=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KT 위즈 영건’ 소형준(21)의 별명은 '대형준'이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대담한 투구를 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대형 투수'가 되어 달라는 팬들의 바람이 담긴 애칭이기도 하다. 

소형준은 팬들의 바람대로 '에이스의 길'을 가고 있다. 20일까지 13경기(87이닝)에 선발 등판해 7승 2패 평균자책점 2.69, 62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5, 피안타율 0.225를 기록 중이다. 다승 공동 3위, 평균자책점 11위, 소화 이닝 7위, WHIP 6위, 피안타율 9위 등 투수 주요 지표에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도 토종 투수 가운데 3번째로 많은 9회를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7회로 전체 5위, 토종 투수 2위다.

소형준은 1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역투를 펼쳤다. 이날 KT 선발 투수로 나선 그는 8이닝 동안 5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팀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1회 위기를 1점으로 막은 뒤 7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더 내주지 않고 마운드를 지켰다. 투구 수는 88에 불과했다. 이강철(56) KT 감독은 "선발 소형준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투구를 했다"며 치켜세웠다.

이날 생애 첫 완투승에 도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멀리 봤다. 경기 뒤 만난 그는 "완봉승이면 도전을 했을 텐데, 완투승이라 힘을 아끼고 다음에 던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완투보다는 완봉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무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3년 차여서 기회는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소형준은 이날까지 두산 상대로 통산 12경기 7승 1패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하며 '천적' 면모를 보였다. 그는 "커터(컷패스트볼)가 밋밋한 것 같아서 투심 패스트볼 위주로 과감하게 던졌더니 볼넷이 나오지 않았다. 두산을 만나면 아무래도 자신감이 생기긴 하는데 다른 팀을 만날 때도 똑같은 마음가짐이다. 왜 성적이 더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또 내 공을 잘 치는 타자들은 잘 친다. 이래서 야구가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 첫해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의 빼어난 성적으로 신인상을 거머쥐었으나 지난 시즌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24경기(119이닝)에 출전해 7승 7패 평균자책점 4.16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40km 초반대로 떨어지면서 타자와 승부에 어려움을 겪었다.

KT 위즈 소형준. /KT 제공
KT 위즈 소형준. /KT 제공

겨우내 절치부심한 그는 일찌감치 2022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스프링캠프에서 코칭스태프에게 몸을 잘 만들었다는 칭찬을 들었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주무기 투심 패스트볼 구속이 지난 시즌 시속 140.1km에서 143.3km로 올라갔다. 19일 두산전에선 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시속 153km까지 나왔다. 소형준은 “개막 직후보다 몸이 조금 피로한 느낌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스피드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올 시즌 끝까지 체력을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며 "투심 패스트볼 구속이 살면서 가장 빠르게 나와 만족했다. 팔꿈치 앵글(각도)을 앞으로 더 끌고 나오려고 했고, 여러 훈련을 하면서 구속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인생 구속'을 찍은 날, 소형준은 자신의 오랜 꿈을 세상에 공개했다. 그의 꿈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이다. "어릴 때부터 미국을 꿈꿨는데, 아직은 구속도 그렇고 부족한 게 많다. 구속이 조금 더 올라오면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50㎞ 정도 나오고, 최고 시속 155㎞까지 나오면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차가 쌓이면 구속도 더 오르리라 믿는다"며 미소 지었다.

KBO리그에선 7시즌을 채우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입찰)을 거쳐 해외 진출에 도전할 수 있다. 소형준은 앞으로 4년을 더 뛰어야 해외 진출을 시도할 수 있다. 그 사이 소형준이 어떤 투수로 성장할 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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