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선수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 선수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만년 하위 팀'이다. 2009∼2014년, 6시즌 동안 5차례나 최하위에 그쳤다. 2015~2021년에도 단 1번 가을야구에 나갔고, 2차례 꼴찌에 그쳤다. 특히 2020시즌엔 리그 역대 최다 연패 타이기록인 18연패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올 시즌에도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총체적 난국에 허덕이며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시 한번 '흑역사'를 추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화는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방문 경기에서 5-6으로 졌다. LG 에이스 켈리(33)를 상대로 4점을 뽑고, 경기 후반 1점 차까지 추격하며 연패 탈출에 안간힘을 썼으나 끝내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9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단 1경도 이기지 못한 한화는 10연패 늪에 빠졌다. 프로야구 최초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연패를 당하는 불명예를 썼다. 한화는 2020년 5월 23일 NC 다이노스전부터 그해 6월 12일 두산전까지 18연패로 무너졌고, 지난 시즌엔 6월 19일 SSG 랜더스전부터 7월 1일 두산전까지 10연패 했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내부 FA인 포수 최재훈(33)과 5년 총액 54억 원에 계약했다. /한화 제공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내부 FA인 포수 최재훈(33)과 5년 총액 54억 원에 계약했다. /한화 제공

한화의 부진은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는 카를로스 수베로(50) 감독 취임 이후 FA(자유계약선수) 영입 등 제대로 된 전력 보강을 하지 않았다. 2020시즌을 꼴찌로 마쳤지만, 그해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단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않았다. 2021시즌 역시 최하위로 마쳤으나 지난겨울 FA시장에서도 또다시 조기 철수하며 선수단 전력 강화를 포기했다. 내부 FA인 포수 최재훈(33)과 5년 총액 54억 원에 계약했을 뿐이다. 일부 한화 팬은 "투자 없는 리빌딩은 리빌딩이 아닙니다" 등의 구호와 함께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이에 한화 구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팬들에게 송구하다”면서도 “우리의 방식도 팬 여러분과 함께할 때 의미가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한화는 올해도 얇디얇은 '팀 뎁스(Depth)'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투타 거의 모든 지표에서 하위권을 헤매고 있다. 23일 오전까지 팀 평균자책점 10위(5.18),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 10위(14회), 선발 소화 이닝 10위(301),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위(1.53), 타율 10위(0.241), 장타율 10위(0.353), OPS(출루율+장타율) 10위(0.666), 조정 득점 창출력(wRC+) 공동 10위(93.6)에 머물고 있다.

현재 한화엔 구심점 노릇을 해줄 선수가 드물다. 경험이 적은 신예급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분위기가 침체하면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을 탄다.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할 주장 하주석(28)은 16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리다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리빌딩은 '지속 가능한 강팀'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무작정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고 해서 장밋빛 구상이 실현되진 않는다. 아직 싸울 준비가 안 된 선수들이 패배에 익숙해진다면 자칫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원활한 리빌딩을 위해선 외부 영입을 통해 '튼튼한 기둥'을 세울 필요가 있다. 2020~2021시즌 우승한 NC와 KT 위즈도 외부 영입과 내부 육성을 동시에 진행해 결실을 봤다. 하지만 한화는 최근 2년간 팀 기둥을 세울 기회를 놓쳤다. 

KBO리그에서 성적이 따라주지 않는 리빌딩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길 바라는 구단의 무책임한 행보에 한화 팬들은 올해도 원치 않게 '보살 팬'이 됐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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