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로니 윌리엄스. /KIA 제공
KIA 타이거즈 로니 윌리엄스. /KIA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올해 프로야구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수 팀이 팀 전력의 절반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국인 구성에 있어 실패를 맛봤다. 부상과 부진으로 '몸값'을 못 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외인 고민이 아예 없는 팀은 삼성 라이온즈 1팀뿐이다.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KT 위즈는 이미 1장 이상의 외인 교체 카드를 사용했고, SSG 랜더스,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는 새 외국인 선수를 물색 중이다. 

문제는 외국인 선수 수급이 여의찮다는 점이다. 현재 외인 교체를 추진 중인 팀들은 외국인 선수 시장의 사정이 '역대급'으로 좋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하루라도 빨리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 승부를 걸어야 하지만, 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없어서 고민이 크다. 교체 기회가 한정돼 있고, 많은 돈이 드는 터라 아무나 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도권 A 구단 운영팀장은 26일 본지와 통화에서 "외국인 선수 수급 대란이 왔다.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빅리그도 선수난을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은퇴하거나 한동안 운동을 쉰 선수들이 많아서 과거보다 선수가 부족해졌다. 선수가 한국행을 원해도 빅리그 팀들이 쉽게 놓아주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구단들이 의지가 없어서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 게 아니다. 지금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보다 기량이 좋다고 평가 받는 선수들이 시장에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시장에 A급 선수는 없고, B~C급 선수들만 많아서 고민이 크다. 답답한 상황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반 노바. /SSG 랜더스 제공
이반 노바. /SSG 랜더스 제공

외국인 선수 교체가 가장 시급한 구단은 SSG와 KIA다. SSG는 외국인 투수 이반 노바(35)와 타자 케빈 크론(29)의 교체를 고민 중이다. 최우선 교체 대상은 노바(29)다. 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통산 90승에 빛나는 '빅네임'이다. SSG는 노바의 풍부한 경험과 내구성을 믿고 총액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노바는 올해 12경기에 등판해 3승 4패 평균자책점 6.50으로 부진하다. 최근 3경기 연속 5회를 못 채우고 강판했다.

SSG는 새 외국인 투수를 물색하고 있다. 21일엔 류선규(52) 단장이 직접 미국으로 출국했다. 류 단장은 현지에서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을 직접 챙기고 있다. 
KIA는 외국인 투수 션 놀린(33)과 로니 윌리엄스(26)를 모두 교체할 참이다. 놀린은 지난달 훈련 중 종아리를 다쳐 아직도 1군에 복귀하지 못했다. 두 차례 부상 재활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로니는 최근 2경기 연속 3.1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6월 4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9.53에 그치고 있다.

KIA는 일찌감치 새 외국인 투수를 물색해왔으나 뚜렷한 결과물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영입 리스트 상단에 있던 선수들이 빅리그에 잔류하면서 일이 꼬였다. 현재 KIA는 왼손 투수 토마스 패넌(28) 등 영입 리스트에 있는 선수들과 접촉 중이다. 장정석(49) 단장이 이달 말과 다음달 초중순 2차례 미국으로 날아가 외국인 선수 영입 작업을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두산도 아리엘 미란다(33)의 부진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란다는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맹활약했다. 탈삼진 225개로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수립하며 지난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투수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올 시즌엔 어깨 부상 여파로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고작 3경기에 출전해 무승 무패 평균자책점 8.22에 그치고 있다. 25일 KIA전에서 1군 복귀전을 치렀으나 1회에만 사사구 7개를 허용하는 등 0.2이닝 4실점(4자책)으로 최악의 투구를 했다.

두산은 27일 미란다를 1군 엔트리에서 뺐다. 김태형(55) 이날 두산 감독은 "미란다가 다음 등판 때도 개선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며 "우리도 기다릴 때까지 기다렸다. 외국인 투수 교체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다"라며 교체를 공식화했다.
두산은 외국인 선수 후보군 리스트업 작업을 진행해왔다. 다만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새 외국인 투수 영입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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