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1Q 순이익 4347억→ 실시
882억 배당…HD현산, 73.85% 보유로 652억 챙길 듯
HD현대 중간배당 확대, 오너가 수령액 증가로 이어지나
현대오일뱅크 베트남 석유제품 저장기지 / 제공=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 베트남 석유제품 저장기지 / 제공=현대오일뱅크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국제유가 고공 행진에 웃는 현대오일뱅크가 5년 만의 중간배당을 결정하면서 지주사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가 수혜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 비상장사인 현대오일뱅크의 HD현대 지분율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HD현대의 중간배당 확대, 오너가 수령액 증가 등 ‘나비 효과’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린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지난 2017년 이후 끊어졌던 중간배당을 올해 재개하기로 했다. 주당 360원이며, 총 주식수 2억4508만2422주를 곱한 배당총액은 882억원(세전)이다.

현대오일뱅크가 배당을 책정한 이유 중엔 지난 1분기 이익이 평소 1년치 이익과 맞먹은 것이 크다. 현대오일뱅크 올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045억원, 순이익은 4347억원으로 역대 1분기 최다를 찍었다. 코로나19 이전 연간 영업이익 6000억원, 순이익 4000억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 1분기 이익의 크기가 잘 드러난다.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따라 정제마진이 싱가포르 기준 배럴당 8.0달러까지 올랐고,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재고자산평가이익까지 더해진 것 등이 이유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올해는 반기(1∼6월) 이익까지 예상했을 때 중간배당할 여력이 있다고 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법상 비상장사는 결산배당 외 1년에 한 번만 중간배당을 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9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을 가시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상장회사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현대오일뱅크 전체 지분의 73.85%인 1억8099만1117주를 HD현대가 보유하고 있다(2대 주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지분율 17.00%). 이를 반영할 경우 HD현대는 현대오일뱅크 중간배당액 882억원 중 652억원을 쓸어담는다.

652억원의 상당분은 HD현대 중간배당을 통해 HD현대 주주들에게 다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지난해 여름 4년 만의 중간배당을 실시해 주당 1850원, 총 1307억원(시가배당률 2.58%)을 책정,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올 여름엔 현대오일뱅크에서 지난해 받지 않았던 652억원을 받기 때문에 다음달 중순 결정될 HD현대의 중간배당 규모가 주당 2000원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HD현대의 중간배당이 지난해처럼 주당 1850원으로 동일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해 여름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프리IPO(향후 수년 이내 상장을 약속하고 외부투자를 유치하는 일)를 진행하면서 모회사 HD현대에 이례적인 중간배당을 1500억원이나 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올해는 그 만큼 배당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대오일뱅크가 이를 채우는 식이다.

일각에선 HD현대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과 그의 아들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 등 현대중공업그룹 오너가를 주목한다. 정 이사장과 정 대표는 HD현대 주식을 각각 26.60%와 5.26% 갖고 있는 1, 2대 주주다. HD현대가 배당을 늘릴수록 승계를 과제로 둔 이들이 손에 넣는 금액도 커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가 지난해 결산배당과 중간배당 합쳐 총 4000억원을 풀었기 때문에 배당을 작년 수준만 유지해도 적은 액수는 아니다"며 "그러나 현대오일뱅크가 모처럼 실시한 중간배당을 실탄 삼아 더 올릴 여지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HD현대 관계자는 "중간배당을 2년 연속 하기로 결정했을 뿐, 작년보다 올릴지 여부 등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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