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첫 인도한 호세 리잘함, 확실한 성능으로 호평 받아
필리핀으로부터 호위함, 초계함 등 군함 10척 수주
현대重, 필리핀 실적 앞세워 해외 군함 시장 확장 노려
필리핀이 지난달 한국조선해양과 계약한 원해경비함 조감도. / 한국조선해양 제공
필리핀이 지난달 한국조선해양과 계약한 원해경비함 조감도. / 한국조선해양 제공

[한스경제=서동영 기자] 성능도 좋은 데 계약보다 배를 빨리 건네주고 사후서비스(AS)까지 확실하다. 필리핀이 계속해서 현대중공업에 군함 건조를 요청하는 이유다. 현대중공업의 함정 분야 해외시장 확대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 해군은 지난달 27일 한국조선해양과 2400톤 원해경비함 6척 수주 계약을 맺었다. 총 7449억원 규모다. 이로써 필리핀 해군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2600톤 호위함 호세 리잘급 2척(인도 완료), 3100톤 초계함 2척(건조 중)에 이어 이번 원해경비함 6척까지 10척을 받게 된다. 수주 액수로 따지면 14억1000만달러(1조8302억원)에 달한다. 

사실 필리핀은 섬나라이면서도 해군력이 강하지 않다. 무엇보다 매우 노후하다. 필리핀 해군에서 가장 큰 3250톤 초계함만 봐도 미국 해안경비대에서 쓰던 배로 1960년대 제작돼 2011년 필리핀에 양도된 중고 함정이다. 이같은 구식 군함으론 중국과의 남중국해 갈등에 대응하기 어려운 필리핀은 전력 현대화 사업 '호라이즌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그리고 1차(호세 리잘급)와 2차(초계함·원해경비함) 모두 현대중공업에서 만든 군함으로 채웠다. 

필리핀이 현대중공업 군함을 처음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첫타자로 한국 해군의 인천급을 기반으로 한 호세 리잘급은 도입 당시 필리핀 일각에서 한국산 무기체계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 청문회가 개최됐을 정도로 논란이 불거졌다. 계약 조건 상 탑재장비 선정권한을 갖고 있던 현대중공업은 자신들이 선정한 무기체계가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준 뒤에야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하고 필리핀 해군이 운영 중인 호세 리잘함. / 한국조선해양 제공
현대중공업이 건조하고 필리핀 해군이 운영 중인 호세 리잘함. / 한국조선해양 제공

막상 한국에서 건조된 호세 리잘급 1번함 호세 리살함이 지난 2020년 5월 필리핀 수빅항에 도착했을 때 필리핀 반응은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당시는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 현대중공업은 한국전쟁 참전국인 필리핀을 위해 마스크 2만개, 방역용 소독제 180통, 손 소독제 2000개, 소독용 티슈 300팩 등의 방역물품을 함께 보내는 따뜻한 배려로 박수를 받았다. 

사용자인 필리핀 해군도 호세 리잘함을 크게 반겼다. 배의 성능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다. 인수한 지 겨우 3개월 만인 그해 8월 미군 주도 림팩 훈련 참가를 위해 태평양 원양항해를 떠났을 정도다. 거친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까지 갔다가 무사히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호세 리잘함은 계약서에 명시된 인도 시점보다 4개월이나 빨랐음에도 성능에 큰 문제가 없음을 입증했다. 

이후 필리핀 내에서 현대중공업 위상은 크게 올랐다. 초계함, 원해경비함 등 호세 리살급 이후 건조되는 신형 군함을 전부 현대중공업에 맡길 정도다. 이는 필리핀 해군이 호세 리살급 이후 현대중공업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잘 보여주는 방증이다. 현대중공업은 AS까지 확실히 하고 있다. 필리핀 해군과 원해경비함 사업을 계약하며 기존 함정들의 수명주기 지원사업도 맡은 것이다.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이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필리핀 해군 차기 전투함 선정 사업(호라이즌3)에서도 유리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은 더 나아가 필리핀에서의 검증된 성과를 앞세워 국제 군함 시장에서 판로를 더 넓힌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다양한 선종을 연구, 개발하고 이전에 인도된 함정의 운용 관련 의견을 폭넓게 수용, 다양한 요구가 있는 해외 군함 시장에 맞춤형 전략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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