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3일 중국전 경기 모습. /국제배구연맹 제공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3일 중국전 경기 모습. /국제배구연맹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일군 한국 여자배구가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세계랭킹 19위 한국은 3일(한국 시각) 불가리아 소피아의 아르미츠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주 차 예선 라운드 12차전에서 중국(3위)에 세트 스코어 1-3(13-25 25-19 19-25 24-26)으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2018년 출범한 VNL에서 역대 처음으로 승리는 물론 승점을 1도 못 얻고 예선 라운드를 최하위로 마친 팀이 되는 치욕을 당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정상을 다투는 중국, 일본(7위)은 물론 한 수 아래로 평가하던 태국(13위)에도 무릎을 꿇었다. 세계랭킹은 14위에서 19위까지 추락했다.

한국은 2018년 5승 10패(승점 14)로 이 대회에서 가장 높은 순위(12위)를 달성했고, 2019년(3승 12패ㆍ승점 9), 2021년(3승 12패ㆍ승점 10)에는 꼴찌보다 한 계단 높은 15위에 머물렀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 /국제배구연맹 제공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 /국제배구연맹 제공

한국 여자배구는 지금 세대교체 중이다. '배구 여제' 김연경(34ㆍ흥국생명)을 비롯해 양효진(33ㆍ현대건설), 김수지(35ㆍIBK기업은행) 등 대표팀의 기둥으로 활약했던 황금세대가 지난해 열린 2020도쿄올림픽 4강 신화 이후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45) 신임 감독은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탁해 세대교체에 나섰다. 그는 “우리 앞에 큰 바위가 놓여있는데 처음에는 밀어도 잘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며 “하지만 계속 밀다 보면 결국 움직이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밀지 않으면 바위는 아예 움직이지 않는다”며 세대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여자배구 앞에 놓인 바위는 예상보다 더 크고 무거웠다. 결과를 떠나 경기 내용이 처참했다. 한국 이번 대회 12경기에서 36세트를 내주는 동안 고작 3세트를 따냈다. 세트 득실률은 0.083이다. 

서브리시브, 공격, 블로킹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회 내내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김연경의 빈자리가 컸다. 고예림(28ㆍ현대건설), 이한비(26ㆍ페퍼저축은행)가 레프트 한자리를 책임졌으나 김연경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선수들의 부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등 악재도 겹쳤다. 노란(아킬레스건 파열), 이선우(발목 인대 부분파열), 정호영(발목 인대 파열), 황민경(복근) 등이 부상자가 속출했고, 이번 대회에서 경험을 쌓아야 했던 젊은 피 박혜진, 이주아(이상 흥국생명) 등은 2주 차에 코로나19에 확진돼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었다.

미흡했던 대회 준비 과정도 아쉬움을 남긴다. 터키 프로팀 바키프방크의 코치를 겸하고 있는 세자르 감독은 소속팀 일정을 끝내고 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했다. 미국 출국을 불과 사흘 앞둔 5월 24일에야 사령탑이 입국한 탓에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세대교체 과도기에 놓인 여자배구 대표팀은 오는 9월 말 네덜란드와 폴란드에서 열리는 2022 세계여자배구선수권에 출전한다. VNL에서 랭킹포인트를 쌓지 못한 터라 세계선수권에서 반전을 보여주지 못하면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한 치밀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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