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키움 김재웅, 39경기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70
현 페이스라면 40홀드 가능성
프로야구 키움에는 한국 프로야구 전설로 꼽히는 선동열을 연상케 하는 투수가 있다. 바로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김재웅이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키움에는 한국 프로야구 전설로 꼽히는 선동열을 연상케 하는 투수가 있다. 바로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김재웅이다. /연합뉴스

[고척스카이돔=한스경제 김호진 기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에 한국 야구의 레전드로 꼽히는 선동열(59)을 연상케 하는 투수가 있다. 올 시즌 4일 기준 39경기(38.2이닝)에 등판해 2승(무패)의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꿈의 기록'이라 불리는 0점대(0.70) 평균자책점을 유지 중이다. 좌완 불펜 김재웅(24)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금교초-자양중-덕수고를 졸업한 김재웅은 지난 2017년 넥센(현 키움)의 2차 6라운드 57순위로 지명됐다. 데뷔 초반에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 프로필에 신장이 174cm로 올해 KBO 등록선수 평균(182.3cm)보다 8.3cm 작다. 투수는 신체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신장이 크고 팔다리가 길어야 강하고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단신에 속하는 그는 편견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2020년 손혁(49) 전 감독의 눈에 들어 43경기에 등판해 1승(4패) 2홀드 평균자책점 4.68의 성적을 냈다. 지난해 홍원기(49) 감독 체제에선 메인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51경기에 나서 1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54로 데뷔 첫 두 자릿수 홀드를 올렸다. 올 시즌에는 더 강해졌다. 속구가 그야말로 춤을 춘다. 공격적인 피칭도 한몫을 하고 있다.

김재웅은 올 시즌 단 두 경기에서 실점했다. 개막전인 4월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에서 1이닝 2실점했고, 5월 12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에서 1이닝 1실점한 뒤 23경기 연속 실점이 없다. 5시즌이나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처럼 KBO리그 불펜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기세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철벽 불펜 김재웅의 모습. /연합뉴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철벽 불펜 김재웅의 모습. /연합뉴스

홍원기 감독은 김재웅을 주로 8회에 내보내고 있다. 야구에는 '약속의 8회'라는 말이 있지만, 키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김재웅이 올 시즌 출전한 38경기 중 8회에 등판한 경기 수는 무려 37경기(36.2이닝)에 달한다. 사령탑으로서는 김재웅이 마운드에 서면 든든할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은 "약속의 8회이지 않나, 8회에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며 "물론 마무리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마무리까지 가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재웅은 홀드 부문 1위(22개)를 질주 중이다. 2위 LG 트윈스 정우영(23·19개)에게 3개 차이로 앞서 있다. 구원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은 전체 불펜 1위(1.83)다. 2위인 문성현(31·1.75)보다 0.08 더 높다.

현재 2위를 마크하고 있는 키움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로 거듭났다. 홍 감독은 "기술적으로 향상했다. 시즌 초반 성적이 매우 좋다 보니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았다고 본다"며 "스스로 정한 목표가 있을 것이고, 그걸 위해 정확히 달려가고 있다. 마운드 위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이젠 우리 팀의 확실한 카드다. 그만큼 믿고 있기 때문에 계속 8회에 나오고 있다. 김재웅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40홀드 달성도 가능하다. 2019년 김상수(34·SSG 랜더스)가 달성한 40홀드 경신도 도전할 수 있다. 사령탑은 김재웅의 타이틀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타이틀에 대해선 선수들한테 절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건강하게 지금처럼 꾸준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령탑의 언급대로 김재웅의 장점은 '건강'이다. 프로 데뷔 전부터 지금까지 큰 부상에 빠진 적이 없다.

안타까운 점은 어느 투수 못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별들의 잔치'인 올스타 투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역대급' 성적을 쓰고 있지만 팬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본지에 "김재웅 선수도 주목을 받을 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금 이정후 선수가 너무 잘해서 빛을 못 보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할 정도다.

'불펜 1이닝 책임제'도 김재웅을 더 강하게 했다. 6월 14경기 등판해 경기당 3.6명의 타자들을 상대했다. 삼진은 10개를 잡았고, 볼넷은 경기당 0.5개만 내줬다. 효율적인 피칭을 했다는 증거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쓰고 있는 김재웅의 질주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젊은 투수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흥미롭기만 하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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