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최형우. /KIA 제공
KIA 타이거즈 최형우. /KIA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베테랑 타자 최형우(39)는 지난 1월에 열린 김종국(49) 감독 취임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해 소망(?)을 밝혔다. "이제 중심타선에서 한발 물러나고 싶다. 잘하든 못하든 후배들이 중심에서 경험하고 자리를 잡아야 팀에도 좋다"며 진심을 전했다.

올 시즌 초반 최형우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개막 초반 주로 4~5번 타자로 나섰던 그는 5월 중순부터 거의 6번 타순에 고정됐다. KIA 중심타선은 나성범(33)~황대인(26)~소크라테스 브리토(30)로 이어지는 이른바 '나황소 트리오'가 책임졌다. 이들은 5월 한 달간 18홈런에 85타점, 54득점을 합작하며 KIA의 고공비행을 이끌었다.

그러나 6월 이후 상황이 변했다. 나성범은 6월 타율 0.247(93타수 23안타), 3홈런, 1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0으로 주춤했다. 황대인 타율 0.305(88타수 18안타), 1홈런, 9타점, OPS 0.555로 슬럼프에 빠졌다. 소크라테스가 타율 0.344(96타수 33안타), 5홈런, OPS 0.963으로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그는 2일 SSG 랜더스전에서 상대 투수 김광현(34)의 투구에 얼굴을 맞아 코뼈 골절상을 당했다.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전반기를 접었다.

KIA는 타선 침체로 최악의 초여름을 보냈다. 전반기 최대 고비였던 수도권 9연전에서 2승 7패에 그쳤다. 두산 베어스와 첫 2경기를 잡고 산뜻하게 출발했으나 내리 7경기를 졌다. KT 위즈에 4위를 내주고 5위로 내려앉았다.
다시 최형우가 전면에 나서야 할 때가 왔다. 타선의 핵인 소크라테스가 이탈하고, 나성범과 황대인이 주춤한 상황에서 KIA의 믿을 구석은 한 방을 갖춘 '원조 해결사' 최형우 뿐이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 /KIA 제공
KIA 타이거즈 최형우. /KIA 제공

그는 4일까지 타율 0.222, 7홈런, 33타점, 29득점, 출루율 0.356, 장타율 0.366, OPS 0.722를 기록 중이다. 타율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48명 가운데 47등이다. 득점권 타율 역시 0.224(76타수 17안타)에 그치고 있다. 삼성에서 KIA로 이적한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타율 0.319 OPS 0.940으로 활약한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최형우는 어느덧 우리 나이로 불혹이 됐다. 자연스럽게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 능력이 저하되면서 기량이 하락하는 현상)’ 얘기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관록에서 묻어 나오는 힘을 무시할 순 없다. 김종국 감독도 최형우의 부진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소크라테스의 공백을 국내 선수들이 메워가면서 전반기까지는 5할 승률을 수성해야 한다"며 "국내 선수 중에서도 특히 베테랑 최형우가 조금 더 힘을 내줘야 한다. 물론 지금도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알지만 조금이라도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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