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6월 물가 상승률 6% 기록하며 한국은행, 빅스텝 단행 가능성 커져
다만 국내 소비 회복이 더디고 소비 심리도 하락해 한은 결정 쉽지 않을 수도
지난 5월 2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첫 주재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달 13일에 열리는 금통위 회의에서는 빅스텝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첫 주재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달 13일에 열리는 금통위 회의에서는 빅스텝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한결 기자] 국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로 나타나며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내 물가의 빠른 상승으로 인해 한국은행(한은)은 빅스텝 금리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지며 급격한 물가 인상을 단행하면 국내 경제가 침체될 위험이 있어 한은의 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이 6%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11월(6.8%) 이후 처음이다. 4월에 4% 후반대로 올라온 물가 상승률은 5월에 5%를 넘어 6월에 6%를 기록하며 달마다 숫자가 오르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파른 물가 상승세는 국제 원자재와 곡물 가격의 상승에 따른 것으로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5일 이환석 부총재보의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가 앞으로도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 확대, 전기료·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단기간 내에 유가와 곡물 가격이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 국내 물가 전망을 일찍이 수정했다. 한은은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기존(3.1%)보다 1.4%포인트(p) 상향했고 정부도 지난달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말에 발표한 2.2%보다 2.5%p 오른 4.7%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우리나라의 올해 물가 상승률이 정부와 한은의 예상치보다 높은 5.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S&P는 최근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증가했으며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이달 13일에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영, 대신, KB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과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한은의 빅스텝을 전망하고 있다.

불과 몇달 전 금리 빅스텝 인상이 소수 의견이었던 것에 비해 현재는 빅스텝이 시장의 전반적인 의견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다만 빅스텝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은은 지난달 국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가능성이 낮다고 밝히며 그 이유로 민간 소비의 성장을 제시했다. 박총석 한은 부총재보는 "수출은 둔화하겠지만 민간소비는 한은의 예상보다 좀 더 견조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월, 국내 서비스 소비가 41조원을 기록하며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은은 최근 소비 회복에 대한 입장을 다소 완화했다. 지난달 27일 한은이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일상 회복으로 3분기 중 소비 회복은 나타나겠으나 물가와 금리가 상승세를 보여 가계 부담이 가중돼 완만한 소비 증가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한은이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6.4를 기록하며 16개월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다. CCSI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소비자의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에 일각에선 빅스텝 금리 인상에 대해서 소극적인 전망을 보이고 있다. ING은행은 빅스텝 금리 인상 압박이 심해지고 있으나 곤두박질치는 소비 심리로 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도 동시에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도 한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가계의 재정 부담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이달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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