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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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경영의 뉴노멀로 자리잡아감에 따라 글로벌 정보공시 강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ESG 경영을 선도하는 유럽연합(EU), 미국 등을 중심으로 정보공시 의무화와 범위확대 추세가 뚜렷하다. 기존에 경제적 가치로만 평가받던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더한 기업가치에 보편성을 얻어가는 과정이다.  

ESG 기준이 본격적으로 기업가치에 중대한 ‘위험과 기회’로 인식되면서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무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ESG가 탄생하기 전까지 CSR, CSV, 지속가능경영 등이 추상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외쳤다면, 이제는 환경과 사회, 경제적 성과(Tripple Bottom Line)를 통합적으로 높이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4년 영국의 존 엘킹턴(John Elkington)은 ‘트리플 보텀 라인’을 주창하며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강조했다. 재무회계에서 당기순이익을 나타내는 ‘바텀 라인’인 경제적 성과에 환경·사회적 성과를 포함하여 재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개념이다. 환경과 사회도 일종의 자본으로 참여하여 미래 재무적성과에 미치는 영향(Pre-finance)을 기업가치의 구성요소로 인식해야한다는 의미다. 

ESG 투자가 최초로 공식화된 2006년 UN PRI(책임투자원칙)은 투자기준 6대 원칙에서 ESG 정보공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투자에서 시작된 ESG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활동을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ESG 활동과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정보공개 요구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국제적 표준화 공시기준 없어 투자자와 기업들은 큰 혼선

ESG 투자는 비재무적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재무적 투자다.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을 선택해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기업에 대한 투자의사결정을 위해 ESG관련 정보를 통한 정확한 평가는 투자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그 동안에는 ESG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 어떤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기준이 불명확했다.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공시기준이 마련되어있지 않아 투자자와 기업들은 큰 혼선을 빚어왔다.  

그만큼 ESG라는 비재무정보를 수치화하기 어렵고 그 범위 또한 포괄적이라는 방증이다. 따라서 대부분 기업들은 GRI(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가 제시한 기준을 따르거나, 최근 들어서는 SASB(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와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의 보고기준이 투자자 관점에서 유용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 기준들을 반영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혼재된 ESG 정보공시관련 기준들을 통합하고 의무화하려는 글로벌 차원의 움직임이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EU가 가장 먼저 정보공시 의무화를 주도하고 있다. 2018년부터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과 종업원 처우, 인권, 반부패 및 뇌물, 이사회 다양성 등 다양한 이슈를 포괄하는 ‘NFRD(비재무 보고지침)’을 시행한데이어, 지난해 4월에는 이를 개정해 2024년부터 시행되는 ‘CSRD(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을 발표했다. 금융기관을 대상으로는 작년 3월 좀 더 강한 형태의 규제인 ’SFDR(지속가능금융 공개규제)‘를 도입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기후변화 정보공시를 의무화하는 규정초안을 지난 3월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상장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함께 기후관련 리스크와 리스크 관리과정, 기업이 식별한 기후관련 리스크가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영업활동과 연결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시장에 공시하도록 했다. 

또한 ESG 정보공시의 글로벌 표준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글로벌 회계기준을 제정·관리하는 IFRS(국제회계기준재단)이 작년 11월 ISSB(국제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를 설립한 이래 발 빠른 행보를 보이며, 지난 3월말에 이미 올해 연말에 확정할 예정인 ESG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발표 초안은 ‘일반적인 공시요구사항’과 ‘기후관련 공시기준’으로 구성되어있고, 사회 및 거버넌스 관련기준은 추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ISSB 기준은 기존 여러 기준들을 종합한 것으로 각국 정부가 의무적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양한 정보공시기준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ESG 경영공시 의무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모든 한국거래소 상장사에게 ESG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글로벌 정보공시 의무화가 시행되고 국제적인 ISSB 표준화 기준이 확정되어 적용된다면, 기업들이 갖게 될 여러 부담에도 불구하고 당초 정해진 정보공시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 ESG는 사회적 규범 아닌 자본시장의 투자지표

ESG는 자본시장에서 투자에 적용되는 지표로서 정보제공이 핵심적인 목표다. 최근 도이체방크의 자산운용부문인 DWS그룹의 ESG 투자자산 과대평가 의혹과 ESG 간접상품의 통일된 기준이나 규제가 없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에서 볼 때, ESG 정보공시의 표준화와 의무화 필요성이 현실적으로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경영측면에서도 ESG 정보공시는 경영의 진정성 확보와 다양한 워싱(Washing)을 예방하는 자율규제효과가 매우 크다. 기업의 정보공시는 투자자를 포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ESG 경영의 구심점이 되어야한다. 기업과 투자자간에 조성된 선순환 구조는 ESG 생태계 성장을 촉진하는 인센티브가 될 것이다.  

ESG는 사회적 규범이 아니라 자본시장이 만들어낸 투자지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의 아포리즘이 ESG에 대해서도 정보공시를 통해 측정으로 연계되는 시도를 요구하고 있다. ESG가 전부만 강조하고 디테일에 소홀 한다면 공허한 담론에 대응하는 구두선(口頭禪)이 될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ESG 경영의 성패가 정보공시의 표준화와 실행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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