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석화운반선·컨테이너선 수주 활발…300억 적자→소폭 흑자 전망
100% 안 되는 부채비율, 업계 최저 수준 4년 때 유지
6000억 이상 쌓아놓은 현금성자산 '든든'
현대미포조선 제공
현대미포조선 제공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현대미포조선이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낮은 부채비율은 흑자 달성 도우미가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중·소형 선박 건조를 맡고 있는 현대미포조선은 연초 세운 2022년 수주 목표 36억달러(약 4조6800억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상반기에만 컨테이너선 20여척과 석유화학운반(PC)선 6척, 차량수송화물(RORO)선 2척, 벌크선 4척을 주문 받았으며, 이달 들어 PC선 10척과 액화천연가스(LPG)선 1척을 수주 리스트에 추가했다.

시장에선 지금까지 현대미포조선 수주고를 올해 목표의 70%인 26억달러 안팎으로 본다. 상반기 국내 선박 수주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에서 건조하는 대형 LNG운반선으로 쏠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대미포조선이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PC선 운임이 (LNG선처럼) 2분기부터 꾸준히 상승, 1년 전과 비교해 35%나 뛰었다"며 "하반기엔 현대미포조선의 수주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조8872억원, 영업손실 2173억원, 당기순손실 1601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했다. 이 여파로 올해 흑자전환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올 1분기에도 영업손실 618억원, 순손실 395억원을 기록했다. 수주가 매출로 본격화되는 내년은 흑자가 확실하지만 올해는 2~4분기 분전해도 200억∼300억원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뀌고 있다. 시장에서 보는 올해 영업손실 컨센서스(추정치)가 계속 줄어든 끝에 상반기 실적 발표 앞두고 올해 10억∼50억원 내외의 소폭 흑자 전망까지 등장했다.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이 원가 상승에 따른 강재가 충당금 설정 등 1회성 비용 때문이었다는 점도 실적 반등 확률을 높여준다.

이와 함께 빚이 적다는 점은 흑자전환 확률을 더욱 높여주는 동력으로 꼽힌다.

지난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은 부채비율 93.74%에 불과하다. 이는 현대중공업(176.24%), 삼성중공업(204.62%), 대우조선해양(523.26%)과 비교할 때 월등하게 낮은 수치다.

현대미포조선이 다른 대형조선사와 비교해 부채비율이 상당히 낮은 이유론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지난 2018년 당시 자회사로 뒀던 하이투자증권을 DGB금융그룹에 매각하면서 250%가 넘던 부채비율이 50% 아래로 뚝 떨어졌다. 이후 현대미포조선이 업황에 관계 없이 부채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회사 사정에 밝은 이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다른 대형조선사가 2015년 전후로 드릴십(석유시추선) 관련 악성재고자산을 떠 안았으나 현대미포조선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재무 건전 요인이 됐다. 큰 폭의 재고자산평가손실을 적고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드릴십 유지비용을 부담하는 문제들이 현대미포조선엔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지난 2020년 말 52.02%, 지난해 말 75.94%와 비교하면 현대미포조선 부채비율이 적지 않게 오른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한다. 하지만 이는 수주가 늘면서 계약부채 증가한 탓이 컸다. 계약부채는 선수금과 같은 개념으로, 선주에게 선박 대금을 받았으나 아직 해당 대금이 인식될 단계까지 공정이 진행되지 않아 부채가 되는 것을 말한다. 해당 공정에 다다르면 계약부채가 사라지면서 매출로 바뀐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말 1조6740억원이었던 총부채가 3개월 뒤인 지난 3월 2조314억원으로 3574억원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계약부채는 3724억원 증가했다.

계약부채는 차입금처럼 이자를 지급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착한 부채’로도 불린다. 실제 현대미포조선의 올 1분기 금융비용은 66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687억원과 비교해 오히려 감소하는 등 이자비용이 매 분기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올 1분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156억원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말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뺀 값)이 -4320억원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로 순현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업계에서)가장 양호한 재무안정성이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부채가 적기 때문에 올해 턴어라운드를 이루면 내년부터 이익 증가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