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러 LNG선 계약해지…유럽 타 선사와 계약
3척 합쳐 6196억→9423억 '점프'
현대중그룹 내 러시아 계약 청산, 리스크 해소
현대삼호중공업 LNG선
현대삼호중공업 LNG선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러시아 리스크’를 조금씩 해소하고 있다. 유럽 선사에 더 높은 값을 받고 LNG선을 파는 등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중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7월 22일 체결한 해외 선사와의 LNG선 3척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 이어 3척을 다른 외국 기업에 팔기로 확정했다. 삼호중공업 측이 "선주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으나 시장에선 해지된 계약이 러시아 SCF사와 맺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LNG선 계약을 놓고 노심초사했다. 러시아가 국제결제망시스템 스위프트에서 퇴출됐기 때문에 러시아 측 선사가 중간 대금을 지불하려고 해도 받을 방법이 없다. 아울러 반도체 러시아 수출 제한 등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에 우리 정부가 동참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삼호중공업 관계자는 "부품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사를 선주 측에 전달했고, 계약 해지가 성사됐다. (해지가) 법적으로 끝났다고 봐도 좋다"고 밝혔다.

LNG선 계약 해지 뒤 새 구매처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러시아 측 선사는 북극해 얼음을 깨면서 자원을 캐는 LNG 쇄빙선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다. 쇄빙선은 일반 LNG선보다 가격이 50%가량 높고 러시아 등 극지방과 가까운 나라들 아니면 찾지 않기 때문에 재판매가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삼호중공업이 속한 현대중공업그룹은 국내 다른 조선사와 달리 LNG 쇄빙선을 제작하지 않고 있어 재판매가 빨라졌다. 일반 LNG선은 최근 카타르 가스 증산 이슈와 맞물려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러시아 측과 계약해지 뒤 새 선사가 바로 나타났다.

1년 사이 LNG선 가격이 50% 이상 오른 것도 삼호중공업 입장에선 큰 이득이 됐다. 지난해 러시아 측에서 수주한 금액은 3척 합해 6196억원이었으나 이번에 똑같은 배를 똑같은 납기(2024년 8월 22일)에 인도하면서 9423억원 받기로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선가가 대폭 오른 것을 확인한 점도 소득"이라며 "건조만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국내 조선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적지 않게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러시아 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낸 것도 소득이다. 삼호중공업은 물론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통털어 러시아에서 주문 받은 배들이 더 이상 없다. LNG선 호황을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됐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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