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김도영. /KIA 제공
KIA 타이거즈 김도영. /KIA 제공

[잠실=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우리에겐 김도영(19)이 있으니까요."

12일 LG 트윈스와 방문 경기를 앞두고 만난 김종국(49) KIA 타이거즈 감독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27)가 몸과 등 담 증세로 이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소위 말하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이날 박찬호 대신 2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루키 김도영은 홈런 1개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7-1 완승을 견인했다. 1회 첫 타석에서 볼넷,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날린 그는 4회 잠실구장 왼쪽 담장 상단에 떨어지는 대형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호쾌한 '빠던(배트플립)'으로 3루 측 KIA 원정 응원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 건 덤이다.

올해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김도영은 고교 시절 정교한 타격과 장타력, 빠른 발, 안정된 수비력으로 '제2의 이종범'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시범경기에서 타격 1위(0.432)를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김종국 감독은 김도영을 개막전 1번 타자로 기용했다. KIA 구단 역사상 고졸 신인선수가 개막전에서 1번 타자로 출전한 건 그가 처음이다. 그만큼 김도영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강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4월 첫 달 꾸준히 경기에 출전했으나 타율 0.179(84타수 15안타)에 그쳤다. 수비에서도 실수를 저질렀고, 출루하지 못하니 장기인 주루플레이도 선보이지 못했다. 결국 5월부터는 백업으로 밀려났다. 주로 대타, 대수비, 대주자로 나섰다.

데뷔 전부터 쏟아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는 아직 만 스무 살도 되지 않은 김도영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싸늘한 시선과 비난 속에 자신감을 잃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김도영은 "저도 모르게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실수라도 하면 위축되고 자신 없게 했다. 타석에 나가는 게 두려웠다. 생각한 대로 성적이 안 나오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저 자신에게 화도 났다"고 돌아봤다.

혹독한 성장통을 겪은 김도영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의 조언들을 가슴에 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한승택(28) 형 등 선배들이 '누구나 실패하기 마련이다. 참고 버티면 좋은 날은 온다'고 격려해준 게 큰 힘이 됐다. 버티다 보면 기회는 다시 올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전했다.

벤치에서 보낸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김도영은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도 알차게 활용했다. "경기에 자주 나가지 못했지만, 벤치에서 배우는 게 너무 많았다. 초중고 시절 배운 것을 합친 것보다 최근 3달 사이에 배운 것이 훨씬 많다. 타석에 나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황별로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등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 것들을 배웠기 때문에 지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 같다"고 힘줬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오른쪽). /KIA 제공
KIA 타이거즈 김도영(오른쪽). /KIA 제공

잔뜩 웅크렸던 새끼 호랑이는 이달 들어 포효하고 있다. 김도영은 13일 오전까지 7월 8경기에서 타율 0.360(25타수 9안타)을 마크했다. 7월 팀 내 타율 1위다.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는 한 번뿐이다. 홈런과 도루도 각각 3개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부터 이범호(41) 타격코치와 계속 대화를 나누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의 타격폼을 정립한 게 결실을 보고 있다. 그는 "이 코치님께서 '지금은 평생 쓸 타격 자세를 만들어야 할 시기'라고 하셨다. 이것저것 시도하다 한달 전 저에게 딱 맞는 타격폼을 찾았다. 시즌 초반엔 몸의 중심이 홈플레이트와 멀어져서 바깥쪽 공을 잘 공략하지 못했다. 테이크 백(스윙하기 전 배트를 뒤쪽으로 약간 빼는 동작)을 할 때 몸의 중심을 홈플레이트 쪽으로 옮기는 훈련을 했다. 일정한 타격폼을 유지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김도영은 차츰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이제 부담감을 내려놓고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낼 생각이다. "코치님들이나 형들이 '넌 신인이니까 자신 있게만 하면 된다'고 강조하신다. 시즌 초반에 자신 있게 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 이제는 정말 잃을 게 없단 생각으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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