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복합위기’라는 용어는 기상용어에서 유래됐다. 아무리 위력이 작은 태풍이라도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일으키는 기상현상이 ‘퍼팩트 스톰(Perfect Storm)’이다. 2008년 미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가치 하락과 유가 및 곡물가격 급등에 물가상승이 겹쳐지면서, 퍼팩트 스톰이 초대형 복합위기를 의미하는 경제용어로 진화했다. 

이렇듯 경제에서 여러 악재가 동시에 작용해 경제위기를 발생시키는 복합위기 상황이 최근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의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국제에너지·원자재·곡물 등의 가격상승 영향, 그리고 미국의 연속되는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시장의 불안정성이 세계 경제전반을 초불확실성에 떨게 하고 있다. 

국내경제도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저성장 등 여러 악재가 동시에 겹쳐 더 큰 복합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경기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형국이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에 올라 외환위기 당시 1998년 11월(6.8%)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三重高)가 깊어지며, 무역과 재정에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제전반 곳곳에서 복합위기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이렇게 대내외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이 폭풍처럼 몰아쳐 앞으로의 경기흐름을 한치 앞도 예단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불안에 대한 심리적 공포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그런데 당장 복합위기에 맞설 마땅한 대응책이 안 보인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경제정책만으로는 감당하기에 역부족인 지금의 복합위기가 당분간 진정되지 않고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가 많은 시사점 줘 

이런 복합위기 상황을 맞아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오늘날 지속가능성의 개념은 경제와 경영은 물론 환경과 기후문제, 국가정책, 소비자들의 활동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어지고 있다. 인간과 자연과의 공생, 개발과 보전의 효율적인 조화, 현재세대와 미래세대 사이의 형평성 등 장기적 관점의 사회적 가치창출에 바탕을 둔 목표다. 사실 지속가능성의 개념이 최근 들어 주목받는 것 같지만, 이미 1972년 로마클럽에서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소개되었다. 이어 1987년에는 ESG의 개념을 포함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UNEP(유엔환경계획)와 WCED(세계환경개발위원회)가 공동으로 발의한 '우리 공동의 미래(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 제시됐다. 이후 2015년 파리기후협약과 UN에서 제시한 17개 분야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가 채택되면서 ESG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2015년 유엔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어젠다’를 수립하면서 ESG와 UN SDGs 개념은 서로 연계되어 밀접한 보완적 관계임을 제시하고 있다. 목적과 수단이라는 조응관계에서 볼 때, UN SDGs가 2030년까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미션이나 삶의 목표라는 거시적 성격이 강한 반면, ESG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실행해야하는 구체적인 지침이다.  

◆ESG 경영의 지향점과 좌표를 더욱 뚜렷이 할 때

이처럼 ESG는 지속가능발전을 둘러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자원배분과 사용을 수정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따라서 ESG는 태생적으로 다양한 경제, 환경 및 사회적 문제와 논점을 공유한다. 한정된 자원에 대응하는 경영전략을 재편해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의미다. 어쩌면 복합위기로 위협받는 지금이 지속가능성을 토대로 한 ESG 경영의 지향점과 좌표를 더욱 뚜렷이 할 때다. 

그동안 기업은 매출과 이익 확대 중심의 경영 활동을 펼쳐왔지만 이미 성장의 한계를 맞고 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저성장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여기에 복합위기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국면이 전개되면서, 기업입장에서는 경영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의 비용과 편익에만 매몰됐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창출을 통해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ESG 경영이 정당화되는 까닭이다. 

ESG 경영은 기업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창조적 혁신을 이끌어낼 강력한 도구다. 때문에 기업은 ESG 경영을 통해 제품 및 서비스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친환경적, 친사회적 경영을 경제적으로 이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증대할 수 있다.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결을 통한 진정한 경쟁우위 확보가 중요한 전략이다. 

현재의 복합위기는 다소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극복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벌어진 총체적인 위기상황이다. 하지만 정책이나 시스템이 잘 작동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정부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공동체 모두의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 

먼저 복합위기의 심각성을 다양한 주체들이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이어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 공동체가 경제문제로 인해 닥칠 수 있는 사회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것이다. 결국 사회적 압력과 경제적 압력 사이의 고통 완화를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집단지성발휘와 상생의 정신이 필요조건이다. 이러한 상황적 맥락이 공유가치를 지향하는 ESG정신과 맞닿는다.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생물이다. 그래서 경제는 심리가 중요하다. 예견된 위기는 극복할 수 있다는 담대한 도전정신이 발휘되는 모멘템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ESG 가치가 재조명 받았듯이, 역설적이지만 전쟁과 복합위기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또 다른 문제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캐나다의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영웅 ‘웨인 그레츠키’가 “위대한 선수는 퍽(하키 공)이 있는 곳이 아니라, 퍽이 날아올 곳을 향해 달려가는 간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장기적 관점의 목표와 방향성의 중요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속가능성에 기반 한 ESG 경영을 통해 복합위기의 돌파구를 찾아야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한다.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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