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연합뉴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연합뉴스

[잠실=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2022 KBO 올스타전이 열린 16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팬 사인회 때 리그 간판타자 이정후(24ㆍ키움 히어로즈)가 등장하자 장내가 술렁였다.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이정후의 앞에는 사인을 받기 위한 팬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는 동시에 팬들에게 성심성의껏 사인을 해줬다. 이정후는 20분 가량의 공식 사인회가 끝난 뒤에도 관중석에 있는 팬들을 대상으로 사인 공세를 이어갔다. 한참이나 팬 서비스를 한 뒤에야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탁월한 실력과 세련된 매너를 갖춘 '슈퍼스타 이정후'다웠다.

이정후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래퍼를 연상케 하는 레게 머리를 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일종의 팬 서비스였다. 전반기 내내 머리를 기른 그는 전날 단골 미용실을 찾아 2시간 가량 노력을 기울인 끝에 레게 머리를 완성했다. 이정후는 "올스타전에서 팬들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마련한 작은 이벤트다"라며 "막상 해보니 매일 훈련과 경기를 해야 하는 선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헤어 스타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올스타전이 끝나면 미련 없이 자르겠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후반기에 임하겠다"고 웃었다.

특별한 건 그의 헤어스타일뿐만이 아니었다. 이정후는 유니폼에 자신의 이름 석자 대신 'Jong Beom Jr.(종범 주니어)'을 새겼다. 아버지 이종범(52) LG 트윈스 2군 감독을 향한 존경심을 표현한 것이다.

이제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 대신 '정후 아버지'로 불리는 이종범 감독은 프로야구 40주년 기념 올스타에 선정됐다. 레전드 선정 전문가 투표에서 149표(76.41점), 팬 투표에서 59만5140표(10.90점)를 얻어 총점 87.31로 최다 득표 3위를 차지해 선동열(59) 전 야구대표팀 감독, 고(故) 최동원, 이승엽(46) 해설위원과 함께 KBO리그 40년 역사를 대표하는 레전드로 뽑혔다. 이정후는 아버지의 40주년 올스타 선정과 관련한 질문에 "당연히 한국 야구 ‘톱5’에는 들어야 하는 레전드라 생각한다. 유격수 자리에서 보여준 활약은 최고였다. 수치를 보면 알지 않나. 멋진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다. 아버지가 저한텐 담담한 척했는데 솔직히 기분 좋으실 것이다"고 미소 지었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왼쪽)와 이종범 LG 트윈스 2군 감독. /연합뉴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왼쪽)와 이종범 LG 트윈스 2군 감독. /연합뉴스

이정후는 이날 자신이 그토록 존경하는 아버지와 나란히 섰다. '야구천재 부자(父子)'는 올해 올스타전에서 '레전드 선수'와 '현역 올스타'로 상봉했다. 이정후가 경기 전 열린 레전드 40인 행사에서 이종범 감독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포옹하는 장면은 올스타전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이정후는 "초등학교 3학년생이던 2009년 무등야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때 아버지와 함께 그라운드를 밟았던 기억이 난다"며 "그때는 나도 빨리 커서 프로야구 선수로 올스타전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뤄지니까 기분이 새롭다"고 했다.

이정후는 올스타전 본 경기에서도 스타성을 과시하며 '분위기 메이커' 구실을 톡톡히 했다. 나눔 올스타(키움ㆍLGㆍNC 다이노스ㆍKIA 타이거즈ㆍ한화 이글스)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1회 초 드림 올스타(KT 위즈ㆍ두산 베어스ㆍ삼성 라이온즈ㆍSSG 랜더스ㆍ롯데 자이언츠) 선발 김광현(34ㆍSSG)의 4구째를 받아 쳐 우측 폴 쪽으로 큰 타구를 보냈다. 1루심의 판정은 파울. 이정후는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이어 직접 헤드셋을 착용하고 판독 결과를 들어 웃음을 자아냈다. 원심은 유지됐고, 이정후는 1루심에게 미안하다는 손짓을 보내며 다시 타석에 섰다. 이후 곧바로 우전 안타를 뽑아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이정후는 2루를 훔친 뒤 양의지(35ㆍNC)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1회 말엔 메이저리그(MLB)급 호수비로 그라운드를 달궜다. 2사 1, 3루에서 박병호(35ㆍKT)의 큼지막한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펜스 바로 앞에서 점프해 잡아냈다. 나눔 올스타 선발 양현종(34ㆍKIA)은 두 팔을 높이 들고 이정후의 호수비에 기뻐했다. 3루 측 나눔 올스타 팬들도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완성형 타자'로 진화하고 있는 이정후에게 KBO리그는 좁다. 이정후는 내년 시즌 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MLB에 진출할 기회를 잡는다. 그의 시선은 지구 반대편 MLB로 향해 있다. 빅리그 구단들도 이정후를 주시하고 있다. 이정후는 "MLB 진출이 목표가 될 수 있다. 아버지는 일본에 가셨었다. 만약 제가 잘해서 좋은 리그(MLB)에 가게 되고, 거기서 잘하면 제가 (아버지를) 이기는 게 아닐까 싶다"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