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文정부서 '탈원전' 뒷받침한 공기업 수장들 교체 움직임 시각도 
한수원 후임 사장, 황주호·이종호 2파전으로 좁혀진 듯 
가스공사, 김성원·김준동·안완기 하마평…김점수·김광진 등 '내부 출신'도   
한국수력원자력 사옥(왼쪽)과 한국가스공사 사옥. / 각 사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사옥(왼쪽)과 한국가스공사 사옥. / 각 사 제공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문재인정부 때 임명된 에너지 공기업 수장들의 후임 인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일부 에너지 공기업들은 기관장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모 절차가 이뤄졌다. 일각에선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한 에너지 공기업 수장들에 대한 '물갈이'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다만, 대부분 에너지공기업들은 기관장 임기가 남아 있어 '강압적 물갈이'가 아닌 이상, 새 정부에서 3년 임기의 절반 가량을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후임 기관장 하마평이 무성한 공기업은 한국수력원자력(지난 4월 임기종료)과 한국가스공사(7월 임기종료)다. 특히, 한수원의 경우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점이 '원전 확대'에 찍혀 있는 데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에 연루돼 배임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어 더욱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원전 확대 정책을 이행할 후임 한수원 사장은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와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의 2파전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두 후보로 압축해 막바지 인사 검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황주호 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 핵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한수원 원전안전자문위원회 위원장·국가에너지위원회 갈등관리위원회 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국내 최고 사용후핵연료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종호 전 본부장은 대전고·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전력을 거쳐 한수원에서 기술본부장과 한울원자력본부장을 지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고,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수립에도 참여한 원전 전문가로, 내부 출신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공운위은 이달 말까지 2명의 후보를 확정해 한수원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후 한수원은 주총을 거쳐 단수 후보를 선정하고 정부 승인을 받게 되면 내달 초 후임 사장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성패가 후임 한수원 사장의 역량에 달려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시각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에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단독으로 업무보고를 받고 "원전 생태계를 조속히 복원하고 일감을 조기 공급하기 바란다"고 지시한 바 있다. 

관계 부처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부는 20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술 확보를 위해 오는 2060년까지 1조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또한 최근 새 정부 업무보고에서 원전을 포함한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오는 9월 중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학계와 업계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원전 비중을 낮추고 있는 선진국들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원전을 가동하기까지 보통 10년이 걸린다는 측면에서 효율성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가까이는 올여름 폭염일수 증가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맞물려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서도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두 번째)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두 번째)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이달 8일 채희봉 현 사장의 임기가 종료된 가스공사는 8일부터 15일까지 공모한 서류접수에서 내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명단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10여명의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 역시 정재훈 한수원 사장과 마찬가지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관련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때문에 임기 만료에 따른 자연스러운 후임 공모지만, 일각에선 사실상 '물갈이 인사'라는 얘기도 나온다. 

후임 가스공사 사장 후보로는 최근 김성원 GS에너지 부사장과 김준동 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안완기 KPC한국생산성본부 회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가스공사 내부 출신으로는 김점수 전 기획본부장과 김광진 전 해외사업본부장 등이 이번 공모에 서류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성원 부사장은 산업자원부 가스산업과 근무 후 성과관리고객만족팀장 등을 지냈다. 이후 포스코를 거쳐 두산중공업에서 10년 동안 발전전략·전략기획·마케팅·플랜트 EPC 등 업무를 담당했다. 2020년 GS에너지 부사장으로 부임해 현재 가스산업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준동 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박근혜정부에서 에너지자원실장을 지냈다. 에너지산업을 두루 관장한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안완기 KPC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가스공사 사장 공모가 있을 때마다 물망에 오르는 인사다. 가스공사에서 관리부사장·사장직무대행을 역임해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경남테크노파크 원장과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을 지내는 등 다양한 경험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점수 전 가스공사 기획본부장은 경제학박사로 KOREA LNG사장, 재영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가스공사에서 34년간 근무하면서 경영전략실장, 기획본부장으로 경험을 쌓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광진 전 가스공사 해외사업본부장은 지난 2006년 1월 가스공사에서 해외사업본부장으로 퇴임했다. 효성그룹 아시아 LNG허브 대표, 한양 LNG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하는 등 LNG사업 부문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가스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15일까지 접수된 후보군을 대상으로 21일 서류심사, 27일 면접심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2~3배수의 최종 후보자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하면 공운위의 적격심사를 거친 후보자가 산업부 장관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고,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선임이 확정된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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