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HD현대, IPO 취소에 따른 현대오일뱅크 73.58% 지분율 유지
지난해 현대오일뱅크에서 받은 2000억 이상 배당금 수취, 추후 유지 가능
HD현대 지분36.33% 보유한 오너가도 동반 수혜 전망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지난 1월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 현장에서 개최된 현대중공업그룹 프레스컨퍼런스에서 그룹의 미래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지난 1월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 현장에서 개최된 현대중공업그룹 프레스컨퍼런스에서 그룹의 미래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코스피 상장을 전격 철회하면서 기업공개(IPO) 자금을 통해 기업의 새 동력 찾으려는 기회를 미루게 됐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HD현대는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막강한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IPO 취소에 따른 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오너가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과 2019년에 상장을 추진했다가 단념했던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말부터 IPO ‘3수’에 나선 가장 큰 이유론 대우조선해양 M&A가 꼽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19년 초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획득했다. 2조원으로 추산되는 매각 대금, 이어지는 M&A 후속 투자금을 위해선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한 자금 유치가 필요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LNG선 독과점을 이유로 대우조선 M&A를 불허함에 따라 인수는 무산됐다. 조 단위 자금도 급하지 않게 됐다.

이에 더해 현대오일뱅크가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려 역대 최다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점, 글로벌 경기 불안정으로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속속 자제하기로 한 점 역시 상장 철회 배경이 됐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1424억원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7045억원으로 어지간한 연간 영업이익 규모를 달성했다.

일각에선 지주사 및 오너가와 연관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현대오일뱅크가 창사 이래 가장 큰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떨어지는 IPO를 굳이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HD현대는 지난해 말 기준 현대오일뱅크 지분 73.58%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결산배당 2961억원 중 2187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엔 5년 만의 중간배당도 확정지었는데 총 배당액 882억원 중 651억원이 HD현대에 다음달 중 돌아간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가 IPO를 통해 신주매출을 이루고 최대주주 지분율을 40% 안팎까지 낮출 경우 HD현대가 배당으로 챙기는 금액도 40∼50%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달 초부턴 핵심 자회사가 상장하면 지주사 가치가 줄어드는 이른바 ‘지주사 디스카운트’ 논란까지 불거져 HD현대 주가가 20%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젠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없던 일'이 됐기 때문에 HD현대는 시장 가치와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기존 지배력을 유지하게 됐다.

아울러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 등 현대중공업그룹 오너가 입장에서도 현대오일뱅크 상장 철회는 나쁠 것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정 이사장 26.60%을 비롯해 정 이사장 아들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5.26%, 아산사회복지재단 3.60%, 아산나눔재단 0.49% 등 오너가 및 특수관계자들은 총 36.33%에 달하는 HD현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현대오일뱅크 배당이 HD현대로 유입된 뒤 HD현대 배당을 통해 오너가로 흘러가는 그림을 만들었다.

특히 정기선 대표이사의 3세 승계가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 IPO 철회는 오너가의 승계 실탄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최근 시장에서 결산 및 중간배당 합쳐 10% 안팎의 높은 시가배당률로 주목받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이나 현대건설기계 등 HD현대의 다른 중간지주사들 배당 여력이 아직 크지 않다"며 "따라서 HD현대는 현대오일뱅크의 이익과 배당에 당분간 기댈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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