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포스코·현대중공업, 경영 전략 점검…현금 확보 위주 보수적 방향타 선회
인플레이션·금리·환율 등 '3고' 현상 당분간 지속될 듯
"향후 성장세 둔화 우려 커져" 경기 만감 기업에 불리한 시장 분위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 유가가 이틀째 급락세를 보였다./연합뉴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 유가가 이틀째 급락세를 보였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경제 상황에 따라 흥행이 좌우되는 이른바 ‘시클리컬(경기 민감)산업’이 글로벌 위기에 선제 대응에 나섰다. 국내 굴지의 관련 기업들이 보수적 투자로 돌아서며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시클리컬산업을 대표하는 업종으론 철강과 조선, 정유, 건설 등이 꼽히며 최근엔 반도체가 포함되기도 한다.

경기가 선순환 국면으로 돌아서고 각 나라 및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함께 늘어날 경우 매출과 이익이 가장 먼저 오름세를 타는 산업이다. 시클리컬산업의 성장이 뚜렷하면 호황으로 연결된다. 반면 경기가 둔화하면 먼저 타격을 입는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정점론을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경기 추가 쇠퇴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모양새다. 시클리컬산업이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늘리고자 했던 투자 계획을 접고 리스크 관리로 선회한 것만 봐도 그렇다.

포스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표적이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그룹 사장단과 전체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수익성 방어 △원가 혁신 △해외법인 리스크 점검 △투자 조정 통한 재무 건전성에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환율, 금리,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고 보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포스코그룹 내 핵심 기업으로 철강을 담당하는 포스코는 올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8.0%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17.8% 떨어졌다. 이익률이 가파르게 떨어진다는 뜻(2021년 2분기 17.3%→2022년 2분기 11.1%)인데, 철강업계는 향후 수요 감소에 따라 이익률이 계속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퍼펙트 스톰’이란 단어까지 꺼내며 위기 대응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사장단회의를 통해 경영전략 재점검을 결의했고, 인플레이션 및 전쟁 변수에 따른 시나리오를 짠 것이다. 리스크 관리 1탄으로 현대오일뱅크 상장 철회를 택했다.

최근 LNG선 주문이 밀려들고 있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이 함께 이뤄지고 있어 수주가 이익으로 연결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현대중공업그룹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필요한 투자만 집중해서 하는 쪽으로 방향타를 돌렸다.

건설 경기 역시 당분간 정체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및 각종 비용 증가에 따라 흑자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분석 때문이다.

최근엔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를 시클리컬산업에 넣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적용해 SK하이닉스가 청주 공장 증설 보류를 얼마 전 발표한 것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시장의 관측도 일단 시클리컬산업의 투자 축소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 상황에선 과거 사례와 다르게 기준금리 동결과 향후 인하 전환을 섣불리 기대하긴 어렵다.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행 판단대로 지금은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한 단계다. 또 향후 성장세 둔화 우려는 조금씩 커지고 있는데 국내·외 금리인상이 더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 내수와 수출 약화 우려는 더욱 높아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2분기 GDP(국내총생산) 발표를 앞두고 경기 불안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여러 기업들의 보수적 투자 움직임에 동의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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