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전의산. /SSG 제공
SSG 랜더스 전의산. /SSG 제공

[잠실=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올 시즌 SSG 랜더스의 최고 히트상품은 '젊은 거포' 전의산(22)이다. 그는 전반기 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1(91타수 31안타), OPS(출루율+장타율) 1.098, 7홈런, 24타점을 올리며 SSG 선두 독주에 힘을 보탰다. 

2020년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SK 와이번스(SSG 전신)에 입단한 전의산은 2년 동안 퓨처스리그에만 머물렀다. 올해도 퓨처스(2군) 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29)의 부진을 틈타 1군에 올라왔고, 깜짝 활약을 펼치며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찼다. 전반기에 '거포 본능'을 뽐내며 SSG의 중심 타자로 발돋움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홈런 2개를 터뜨린 그는 24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홈런을 쏘아 올리며 후반기에도 활약을 예고했다.

24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는 "1군에 이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다. 운이 많이 따랐다. 결과가 잘 나오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면서 "1군 풀타임이 처음인데 피로를 느낄 겨를이 없다. 요즘은 야구장에 출근하는 게 즐겁다. 경기에 계속 나가 게 해주시는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하다. 저를 믿고 기회를 주신 만큼 제 몫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의산은 운동선수 2세다. 그의 아버지 전달호 씨는 대학까지 씨름 선수 생활을 했다. 전의산은 아버지로부터 듬직한 체격 조건(188cm-98kg)과 힘을 물려 받았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다 키가 크시다. 아버지에게 운동선수 DNA를 많이 물려받았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파워는 또래 친구들보다 좋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전의산은 벌써 홈런 8개를 때려냈다. 장타율도 0.660에 이른다. 규정 타석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타석당 홈런 비율이 14%, 순장타율(IsoP)이 0.340으로 리그 최고 수준이다.

미완의 대기 전의산이 장타에 눈을 뜬 비결은 무엇일까. 2군에서 타격 자세 교정에 구슬땀을 흘린 게 결실을 보고 있다. 전의산은 "2군에서 타이밍 잡는 연습을 많이 했다. 안 좋을 때 오른쪽 어깨가 확 열리는 경향이 있어서 타격할 때 오른쪽 어깨를 빨리 열지 않고 상대 투수 타이밍을 맞추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 데릭 메이(52) 코치님과 박정권(41)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전했다.

잘 나가는 전의산에게도 고민은 있다. 저조한 좌투수 상대 성적이다. 전의산은 올 시즌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 0.400(70타수 28안타)에 7홈런을 기록 중이지만, 왼손 투수 상대로는 타율 0.100(20타수 2안타), 1홈런에 그치고 있다. 장차 SSG 중심 타선을 이끌고 갈 전의산에게 좌투수 상대 약점은 분명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는 "처음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심리적인 요인이 큰 것 같다. 왼손 투수를 많이 상대해보지 않아서 적응이 덜 된 것 같다"며 "감독님, 코치님이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해주셔서 최근엔 우투수를 상대할 때보다 왼손 투수를 상대할 때 더 자신 있게 치려고 노력한다. 경험이 쌓이면 좋아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SSG 랜더스 전의산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SSG 제공
SSG 랜더스 전의산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SSG 제공

전의산은 한화 이글스 김인환(28), 삼성 라이온즈 김현준(20)과 함께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된다. 유독 신인왕과 인연이 없었던 SSG는 전의산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전신 SK 시절을 포함해 SSG 출신 신인왕은 2000년 이승호(41) 현 SSG 퓨처스(2군)팀 투수코치가 유일하다. 하지만 전의산은 신인왕 관련 질문이 나오자 곧바로 손사래를 쳤다. "물론 신인상은 영광스러운 상이다. 기회가 되면 받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욕심은 1도 내지 않고 있다. (김)인환이 형, (김)현준이가 잘하고 있기도 하고, 신인왕을 의식하면서 야구하다 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짚었다.

전의산은 경기장을 가득 채운 야구팬 함성에 큰 힘을 얻고 있다. '무대 체질'인 그는 요즘 한국시리즈(KS)에 출전하는 꿈도 꾼다. "관중들의 함성을 들으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팬들이 제 이름을 연호하고 응원가를 불러줄 때마다 '야구하기를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팬들이 있고 없고 차이가 큰 것 같다"며 "안 다치고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게 후반기 목표다. 무조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또 다른 바람은 KS에 출전하는 것이다. KS는 정규시즌과 분위기가 다르지 않나. KS라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팬의 응원을 받고 싶다"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