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대출 차주 중 절반 가량이 다중채무자…재정 통한 보조 지속해야"
"법정최고금리 낮추면 부작용도…연동형 법정최고금리제도 도입 검토 필요"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정부가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인하 등 세제개편안을 추진할 뜻을 밝힌 뒤 '서민경제를 보전할 사회적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금리 인상기 취약계층을 위한 법정최고금리 운용방안으로 '연동형 법정최고금리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금리 인상기에 취약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법정최고금리 운용방안'을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기준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2금융권 조달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정최고금리는 20% 수준으로 고정돼있다"며 "법정최고금리가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조달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법정최고금리와 근접한 수준으로 대출 받던 가구들이 2금융권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지 못하고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여기서 더 주목할 점은 주로 취약계층이 법정최고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출시장에 참여하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다중채무자(3개 기관 이상 신용대출 보유)이기 때문에 법정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함으로써 금리 인상기에도 취약계층에 '롤 오버(채무상환 연장)'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 높은 부채상환 부담으로 생활고를 겪는 취약계층을 선별해 저금리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등 재정을 통한 보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에서는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관리 목표인 2%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인상할 계획이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장금리가 인상되고, 그중에서도 2금융권 조달금리에 해당하는 '카드채'나 '여신채'의 금리는 더 빠르게 인상하게 된다.
KDI 분석 결과, 비교적 저금리에 해당하는 4% 미만의 신용대출금리를 이용하는 차주들 중 취약차주는 8.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18~20%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 중 84.8%는 취약차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취약차주 중 절반에 가까운 48.6%는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 미만의 상대적 저금리 대출 구간에서 다중채무자 비율은 10.8%에 불과했다.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서는 법정최고금리를 20% 수준에서 더 낮춰야 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런 이유로 법정최고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낮출 경우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법정최고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출을 받던 차주 중 일부는 더 이상 대출을 받지 못해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KDI는 분석했다.
법정최고금리를 현행 20% 수준에서 18%로 2%포인트 인하했을 때, 지난해 말 기준 카드나 캐피털·저축은행 등에서 신용대출을 받고 있던 차주 중 77만4000명의 금리가 인하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65만9000명의 차주들은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더 이상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고,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었다.
김 연구위원은 "그래서 (2금융권) 조달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법정최고금리 운용방안을 어떻게 바꿔야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제도'를 생각해 봤다"며 "(이를 적용해 분석하면) 고정형 법정최고금리하에서는 시장에서 배제됐던 69만2000명의 차주 중 약 98.6%, 거의 대부분 차주들이 여전히 대출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에서도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를 도입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경우 대출 상품의 종류와 금액에 따라 12개 그룹으로 대출상품을 분류하고, 각 분류에 대해 분기별로 시장평균금리를 산정한다"며 "우리나라도 시장금리에 연동한 법정최고금리를 고민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물론, 법정최고금리를 연동형으로 변경하게 되면 고정형 법정최고금리에 비해서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차주들이 존재한다"며 "하지만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월 상환부담 증가폭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1만원 정도 수준이다. 이런 부분은 재정으로 보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연구위원은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도입과 별개로 도대체 적정한 수준의 법정최고금리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의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법정최고금리 인하를 가정해 취약가구가 입을 충격을 미리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서민금융 예산을 사전에 편성하는 등 취약가구를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