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DI, '금리인상기 취약계층 포용 위한 법정최고금리 운용방안' 발표 
"고금리 대출 차주 중 절반 가량이 다중채무자…재정 통한 보조 지속해야" 
"법정최고금리 낮추면 부작용도…연동형 법정최고금리제도 도입 검토 필요"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6일 정부세종청사 제1공용브리핑실에서 금리 인상기에 취약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법정최고금리 운용 방안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6일 정부세종청사 제1공용브리핑실에서 금리 인상기에 취약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법정최고금리 운용 방안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정부가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인하 등 세제개편안을 추진할 뜻을 밝힌 뒤 '서민경제를 보전할 사회적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금리 인상기 취약계층을 위한 법정최고금리 운용방안으로 '연동형 법정최고금리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금리 인상기에 취약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법정최고금리 운용방안'을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기준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2금융권 조달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정최고금리는 20% 수준으로 고정돼있다"며 "법정최고금리가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조달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법정최고금리와 근접한 수준으로 대출 받던 가구들이 2금융권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지 못하고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여기서 더 주목할 점은 주로 취약계층이 법정최고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출시장에 참여하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다중채무자(3개 기관 이상 신용대출 보유)이기 때문에 법정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함으로써 금리 인상기에도 취약계층에 '롤 오버(채무상환 연장)'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 높은 부채상환 부담으로 생활고를 겪는 취약계층을 선별해 저금리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등 재정을 통한 보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에서는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관리 목표인 2%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인상할 계획이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장금리가 인상되고, 그중에서도 2금융권 조달금리에 해당하는 '카드채'나 '여신채'의 금리는 더 빠르게 인상하게 된다. 

KDI 분석 결과, 비교적 저금리에 해당하는 4% 미만의 신용대출금리를 이용하는 차주들 중 취약차주는 8.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18~20%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 중 84.8%는 취약차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취약차주 중 절반에 가까운 48.6%는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 미만의 상대적 저금리 대출 구간에서 다중채무자 비율은 10.8%에 불과했다.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서는 법정최고금리를 20% 수준에서 더 낮춰야 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런 이유로 법정최고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낮출 경우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법정최고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출을 받던 차주 중 일부는 더 이상 대출을 받지 못해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KDI는 분석했다. 

법정최고금리를 현행 20% 수준에서 18%로 2%포인트 인하했을 때, 지난해 말 기준 카드나 캐피털·저축은행 등에서 신용대출을 받고 있던 차주 중 77만4000명의 금리가 인하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65만9000명의 차주들은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더 이상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고, 대부업이나 비제도권 금융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었다. 

서울의 한 은행 앞 대출 관련 현수막. / 연합뉴스
서울의 한 은행 앞 대출 관련 현수막. / 연합뉴스

김 연구위원은 "그래서 (2금융권) 조달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법정최고금리 운용방안을 어떻게 바꿔야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제도'를 생각해 봤다"며 "(이를 적용해 분석하면) 고정형 법정최고금리하에서는 시장에서 배제됐던 69만2000명의 차주 중 약 98.6%, 거의 대부분 차주들이 여전히 대출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에서도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를 도입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경우 대출 상품의 종류와 금액에 따라 12개 그룹으로 대출상품을 분류하고, 각 분류에 대해 분기별로 시장평균금리를 산정한다"며 "우리나라도 시장금리에 연동한 법정최고금리를 고민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물론, 법정최고금리를 연동형으로 변경하게 되면 고정형 법정최고금리에 비해서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차주들이 존재한다"며 "하지만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월 상환부담 증가폭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1만원 정도 수준이다. 이런 부분은 재정으로 보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연구위원은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도입과 별개로 도대체 적정한 수준의 법정최고금리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의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법정최고금리 인하를 가정해 취약가구가 입을 충격을 미리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서민금융 예산을 사전에 편성하는 등 취약가구를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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