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라스트댄스
"은퇴는 한국시리즈에서 하고 싶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의 끝은 어떻게 될까. /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의 끝은 어떻게 될까.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프로야구 26일 오전 기준 타율 2위(0.337), 최다안타 3위(110안타), OPS(출루율+장타율) 9위(0.871),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10위(0.871). 올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의 기록이다. 현역 마지막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 호세 피렐라(33·삼성 라이온즈)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동갑내기 오승환(40·삼성) 등 리그 모든 구성원들은 그의 은퇴를 막기까지 하고 있다.

불혹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다. 여차하면 2006년(0.336), 2010년(0.364), 2011년(0.357)에 이어 개인 통산 4번째 타격왕에 오를 기세다. 사실 그를 설명할 단 하나의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2010년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을 휩쓰는 괴력을 과시했다. 또, 세계 최초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한·미·일 프로리그에서 뛴 유일한 한국인 선수이기도 하다. 국가대표 성적도 빼놓을 수 없다.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금메달,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우승을 했을 때 늘 함께했다. 

이대호의 땀과 노력은 '국민 타자' 이승엽(46·은퇴)에 이어 KBO리그 공식 은퇴투어 2번째 선수로 선정되는 결과를 낳았다. 전성기 때도 황혼기 때도 그의 방망이는 여전히 불을 뿜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3년 만에 개최한 올스타전 사전 이벤트인 홈런 레이스에서 올해 홈런 부문 선두(27홈런)를 질주 중인 박병호(36·KT 위즈)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과 2018년에 이은 개인 통산 3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마지막 올스타전은 곧 은퇴투어의 시작이었다. 2만 여명의 팬들로 가득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194cm, 130kg 거구 이대호는 눈물을 흘렸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 무대가 섭섭하면서도 아쉬웠는지 아련한 표정을 하던 그는 가족들의 등장에 이내 눈물을 흘렸다.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른 뒤 "즐거웠고 행복했다.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하고 더 좋은 사람으로 남겠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관중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등 뒤에 그의 이름 대신 마킹된 '덕분에 감사했습니다' 문구에 진심이 잘 묻어났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이대호의 은퇴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프로야구 롯데 이대호가 16일 잠실구장에서 2022 KBO 올스타전과 함께 진행된 은퇴투어에서 팬들에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이대호가 16일 잠실구장에서 2022 KBO 올스타전과 함께 진행된 은퇴투어에서 팬들에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반기를 6위로 마친 롯데는 이대호의 꿈인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DJ 피터스(27·미국)를 방출하고 새 외국인 타자 잭 렉스(29·미국)를 품으며 5강 싸움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마침 후반기 첫 상대가 5위 KIA 타이거즈였다. 3경기를 모두 이겼다면 1경기까지 좁힐 수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싹쓸이 패배를 당하면서 승차가 7경기까지 벌어졌다. 1~3선발 투수 찰리 반즈(27·미국), 박세웅(27), 글렌 스파크맨(30·미국)을 내고도 무너졌다. 타석에선 홈런을 때린 이대호를 제외하고 집단적으로 부진에 빠졌다. 특히 24일 경기에선 실망감을 넘어 절망감을 안기는 참사가 벌어졌다. 8년 전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22점 차로 이기고 역대 최다 점수 승리 차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던 롯데는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팀으로 기록됐다. 사직구장을 찾은 홈 팬들은 KIA 타자를 응원하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상황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팬들의 항의는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으로 향했다. 팬들은 "가을야구 갈 자격도 없다", "이대호 은퇴식 때 팀도 해체하자"고 분노했다. 요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주인공의 대사를 패러디 해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해체해"라고 적힌 댓글도 있었다.

"정규시즌 144경기가 아닌 포스트시즌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이대호의 꿈이 점차 멀어져 가고 있다. 롯데는 7위 두산, 8위 삼성과 차례로 만난다. 승리를 거두고 먼저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게 급선무다. 희미해진 이대호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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