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포스코·현대제철, 상반기 분전…3Q부터 수요 감소 우려
中 2Q 경제성장률 0.4%→가을부터 적극적 경기부양 가능성
"탈탄소 정책에 中 철강사 공급 감소 곁들여지면 가격 반등 기대"
출하기다리는 철강 제품 /연합뉴스
출하기다리는 철강 제품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하반기 실적 감소 위기에 직면한 철강업계가 올 가을 중국 경기부양에 희망을 걸고 있다. 중국 정부가 2분기 경제성장률 0%대 부진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활을 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27일 "국내 회사들이 1∼2분기 그런대로 무난한 실적을 쌓았으나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철강 수요가 줄어들어 철강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며 "변수는 중국이다. 3연임 앞두고 부동산 폭락과 코로나 봉쇄 때문에 애 먹은 시진핑 주석이 경제성장률에 드라이브를 걸 것 같다"고 내다봤다.

국내 철강사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 선방을 이뤄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현대제철은 지난 26일 발표한 2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연결기준 매출액 7조3810억원, 영업이익 8221억원을 기록했다고 알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액은 31.3%, 영업이익은 50.8% 오른 수치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판매가에 전가되면서 매출액이 뛰었고, 현대제철이 주력 삼고 있는 자동차 강판 부문에서 해외 고객사를 계속 확보함에 따라 환율 상승 효과도 톡톡히 봤다.

현대제철에 앞서 잠정 실적을 공개한 포스코(비상장)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1조8710억원, 영업이익 1조3220억원을 찍었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8% 내려간 것이 흠이지만 조 단위 이익을 지켜낸 것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관건은 3∼4분기다. 두 회사 모두 경기 침체 여파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 철강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열연 선물가격(2022년 8월물)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8월 숏톤(907.2㎏)당 450달러에서 지난해 12월 1930달러로 4배 가까이 뛰었다가 이후 전쟁 및 인플레이션 여파로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엔 숏톤당 850달러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최고점과 최저점의 중간에 자리잡은 셈인데, 경기 불확실성이 사라지질 않다보니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철강업계 시각이다.

이에 더해 달러화 초강세가 주춤할 것이란 전망까지 곁들여지면서 시장은 국내 철강사들의 분기당 영업이익이 1∼2분기와 비교해 25% 이상 떨어질 것으로 관측한다.

그러나 전 세계 철강 수요 및 공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경기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철강 수요가 반등할 수 있어 한국과 일본 등 다른 아시아 회사들이 이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올 2분기 경제성장률 0.4%를 찍어 예상치 0.9%를 상당히 밑돌았다. 특히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 2020년 1분기 -6.9%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어서 일각에선 중국 경제의 본격 후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한다.

헝다 등 대형 부동산회사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촉발된 주택 구매자들의 모기지론 상환 거부,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우려,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따른 소비 급감이 중국 경제를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에 빠트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정치 및 경제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대륙 경제 쇠퇴의 신호탄으로 본다.

하지만 올 가을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중국 내 최대 당면 과제로 떠오른 만큼 중국은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경제 충격을 만회하기 위해 어떻게든 경기를 띄울 확률이 높다. 이는 철강 수요 촉진에 따른 가격 반등으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김원배 현대제철 상무는 "중국이 하반기 GDP(국내총생산) 목표 달성을 위한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반면 탄소 중립을 위해 중국 내 조강(쇳물) 생산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수급 개선이 이뤄지면 철강값 하락세가 진정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철강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가 함께 이뤄지면서 한국 철강사들이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일시적인 스프레드(최종제품가격-원가) 약화는 불가피하나 4분기엔 회복될 전망"이라며 늦가을부터 수급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철강사들에 대한 탈탄소 정책을 유예할 가능성도 있어 중국에 너무 기대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글로벌 경제 블록화가 화두로 등장한 만큼 중국이 철강에서도 자급자족을 위해 수요와 생산을 동시에 늘리는 시나리오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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