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장타 여왕' 윤이나, 오구 플레이 후폭풍
"골프계 전체가 경각심을 갖길"
윤이나가 KLPGA 투어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제공
윤이나가 KLPGA 투어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제공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명백히 잘못했다. 이건 초유의 사태라 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윤이나(19) 선수뿐만 아니라 골프계 전체가 경각심을 갖길 바란다." (김재열 SBS 골프 해설위원)

'장타 여왕' 윤이나의 오구(誤球) 플레이 사태 후폭풍이 거세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냈을 때만 해도 파장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윤이나는 6월 16일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DB그룹 한국여자오픈 첫날 15번홀(파4) 러프에서 오구 플레이를 했다. 그는 자신의 공이 아님을 알게 됐지만, 대회가 끝날 때까지 입을 다물었다. 당시 캐디가 "(공이 바뀐 사실을) 지금 밝히고 2벌타를 받으면 된다"고 조언했지만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코치와 가족 역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끝내 바로잡지 않았다. 양심을 속인 윤이나는 다음 대회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7월 14~17일)에 나서 급기야 우승까지 차지했다. 필드를 찾은 갤러리들은 윤이나의 플레이에 열광했고, 앞선 오구 플레이 사실은 그렇게 묻히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대회장에선 오구 플레이에 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윤이나 측은 사건이 벌어진 지 약 한 달 만인 7월 15일 대한골프협회에 오구 플레이 사실을 신고했다. 같은 달 25일 낸 사과문에서 윤이나는 "처음 겪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순간 판단이 서지 않아 아무 조치 없이 플레이를 이어갔다. 저의 불공정한 플레이로 참가한 모든 선수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혔다.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다. 성적에만 연연했던 지난날들을 처음부터 되짚어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이나가 오구 플레이로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자진 신고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드러나지 않은 진실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KLPGA 제공
윤이나가 오구 플레이로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자진 신고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드러나지 않은 진실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KLPGA 제공

골프계에선 고의성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대회 기간을 넘어 무려 한 달이나 뒤늦게 신고한 점 등이 그 근거가 되고 있다. 골프란 종목의 공정성까지 훼손했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에선 중징계 조치가 합당할 것이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재열(62) 위원은 7월 28일 본지와 통화에서 "무조건 잘못됐다. 여기서 동정론이 나와선 안 된다. (그동안) 중징계 조치가 되지 않고 슬쩍 넘어간 사례도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강력한 징계가 내려지면 좋겠다. 이번 사건은 초유의 사태다. 미국, 유럽 등 각 단체들이 지켜보고 있다.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성적지상주의'에 빠진 현실도 지적했다. "선수들의 인성 문제라든지 자질 평가 등은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캐디들도 이제는 전문화 된 캐디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대한골프협회는 이번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 본 뒤 스포츠공정위원회 논의에서 징계 수위를 정할 예정이다. 대한골프협회의 징계가 결정되면 그 수위에 따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서도 추가 징계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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