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수출, 역대 7월중 최고 실적 불구 무역수지 47억달러 적자
글로벌 경기 둔화에 하반기 무역적자 확대 우려↑
대(對) 중국 수출 적자는 우려...일본 수출 규모는 따라잡아
국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7월에도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졌다.(연합) 
국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7월에도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졌다.(연합) 

[한스경제=양세훈 기자] 우리나라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수출이 역대 7월 중 최고 실적을 경신하는 등 수출액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에너지·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수입액이 더 크게 늘어난 탓이다.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수출 성장세 둔화와 무역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9.4% 증가한 607억달러, 수입은 21.8% 늘어난 653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46억7000만달러(약 6조900억원) 적자를 보여 지난 4월부터 넉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월별 적자 규모는 지난 1월 49억300만달러에 이어 4월 24억7700만달러, 5월 16억1400만달러, 6월 25억7500만달러다.  

주요 수출 품목별로는 15대 주요 품목 중 반도체·석유제품 등 7대 주요 품목은 증가했다. 반도체(25개월 연속)·철강(19개월)·석유제품(17개월)은 장기간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일반기계·디스플레이·가전·섬유 등의 품목 수출은 글로벌 수요둔화 등 영향으로 감소했다. 

나라별로는 9대 주요지역 가운데 중국과 일본 등에서는 수출은 줄었으나 아세안·미국·EU 등 주요 수출시장과 중동·인도 등 5개 지역은 증가세가 계속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문제는 높은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 연속으로 수입증가율(+21.8%)이 수출증가율(+9.4%)을 상회하고 있으며, 더구나 러·우 전쟁 장기화로 공급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높은 에너지 가격 지속으로 수입액은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 600억 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은 에너지 수입 급증 등의 영향으로 월 기준 최고 수입액을 기록했다.

특히 7월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185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대비 수입액(97억1000만달러)을 90억달러 가량 상회하는 수치다. 이처럼 3대 에너지원 가격 모두 전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인 가운데, 여름철 에너지 수요 확대 영향이 더해지며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들어 3대 에너지원 수입 증가액은 매월 적자규모를 상회하고 있으며, 8월 무역수지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아울러 최근 무역수지 악화는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독일·프랑스 등 여타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와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도 11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고, 독일은 지난 5월 1991년 이후 31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에너지 수입액이 큰 프랑스도 대규모 무역적자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대(對) 중국 수출 감소는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지난 5월 10억9000만달러로 무역 통계상 첫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6월 12억1000만달러, 7월 5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7월의 경우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증가했으나, 2분기 본격화된 중국경제 둔화세 등 영향으로 여타 품목 수출이 줄어들며 지난해 대비 2.5%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그동안 우리 수출의 버팀목으로 작용했던 대중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로, 정부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한·일간 수출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일본은 중국·미국·독일에 버금가는 수출대국 중 하나로, 1980년 우리 수출액은 175억달러로 일본의 13.4% 수준에 그쳤다. 이후 한국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일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과 비교해 한국 수출 규모는 1980년 13.4%에서 2000년 35.9%, 2010년 60.6%, 2021년 85.2%까지 끌어 올렸다. 이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누계 기준으로는 양국간 수출액 격차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인 162억달러를 기록하며 일본의 94.8% 수준에 육박했다. 이는 우리 수출의 상대적인 선전과 엔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양국간 수출액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더구나 5월 한달만 비교하면 우리 수출액(616억달러)이 일본 수출액(WTO 기준 563억 달러, 7.3조 엔)을 상회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6월 이후 수출증가율도 한 자릿수에 머물며 수출 성장세 둔화와 무역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산업·무역을 둘러싼 리스크 관리와 함께 우리 수출이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양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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