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사 골프단 성적표는 ‘맑음’
선수 이미지는 곧 기업 이미지
박민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제공
박민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시즌 후반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후원사들의 중간 성적표가 눈에 띈다. 금융사와 건설사가 주도하는 골프단이 수적으로 많은데 성적에선 특히 금융사 골프단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 금융사 골프단 성적표는 ‘맑음’

전반기 상금 상위 랭커 10명의 후원사 분포를 살펴보면 금융사가 7곳, 건설사가 2곳, 주류사가 1곳이다. 금융사 중엔 NH투자증권과 한국토지신탁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NH투자증권의 후원을 받고 있는 박민지(24)는 시즌 3승을 거두고 상금 부문에선 1위(6억5051만5714원)에 올라 있다. NH투자증권 모자를 쓰는 이가영(23)은 올 시즌 우승은 아직 없지만, 꾸준한 성적으로 3억6219만2580원을 벌어들이며 상금 8위에 포진해 있다.

한국토지신탁의 후원을 받고 있는 박지영(26)은 시즌 1승에 상금 2위(5억3898만8095원), 임희정(22)은 시즌 1승에 상금 4위(4억6790만8222원)에 랭크돼 있다. 건설사 중에선 동부건설이 조아연(22)의 활약을 등에 업고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조아연은 시즌 2승을 거두고 상금 5위(4억3407만3121원)를 기록 중이다.

금융업계와 건설업계는 자사 상품이 고객의 자산과 연동되기 때문에 신뢰를 우선 가치로 여긴다. 이들 업계가 잇따라 골프단을 창단하고 있는 것도 후원 선수의 깨끗한 이미지가 자사의 신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후원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정상급 기량을 발휘할 경우 자사 상품에 대한 신뢰와 홍보 효과는 더 커진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체로 규모가 큰 후원사들은 현재 정상급 기량의 선수 영입에 관심이 많고, 중소 후원사들은 선수의 잠재력에 가중치를 두는 경우가 많다. 지난 3월 창단한 대보건설 골프단에는 KLPGA 투어 김지현(31), 김윤교(26), 장은수(24),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최민철(34), 고군택(23), 오승현(21)이 합류했는데 그 중 고군택은 잠재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고군택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앞으로의 활약 가능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신생 골프단에 합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물론 실력과 잠재력이 모두 최상인 경우 대형 골프단에서 일찌감치 손을 내밀기도 한다. 롯데골프단은 지난해부터 ‘아마추어 최강’ 황유민(19)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영입에 공을 들였다. 6월부터 황유민을 후원하게 된 롯데그룹 관계자는 “훌륭한 선수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됐다”며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다하겠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세계적인 골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윤이나가 샷을 날리고 있다. /KLPGA 제공
윤이나가 샷을 날리고 있다. /KLPGA 제공

◆ 선수 이미지는 곧 기업 이미지

하이트진로 골프단은 지난해 4월 ‘장타자’ 윤이나(19)와 3년 후원 계약을 맺을 당시 선수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이미 스타 플레이어가 된 선수의 후원보다는 명문 골프단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장성 있는 신인 선수를 발굴하고 있다"며 후원 배경을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과거 김하늘(34), 전인지(28) 등을 후원했던 전통 있는 골프단이다.

그러나 올 시즌 전반기 막판 예상치 못하게 불미스러운 일에 엮이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받게 됐다. 후원 선수 윤이나가 ‘오구(誤球) 플레이’ 사실을 뒤늦게 밝히며 대한골프협회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윤이나는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63.7136야드(1위)에 이르는 장타로 시즌 1승(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을 거둔 KLPGA의 새로운 흥행 카드다. 하지만 6월 16일 DB그룹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오구 플레이를 한 사실을 한 달이나 뒤늦은 7월 15일 주최 측인 대한골프협회에 신고하면서 향후 중징계 조치가 예상되고 있다. 이미지를 생명으로 하는 주류사 하이트진로의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LPGA 투어 출신의 유명 선수를 후원하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본지에 “후원사들은 자사의 거점 국가, 소속 선수, 경쟁사 흐름 등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소속 선수가 정규 투어 시드를 잃거나, 반대로 우승을 하는 등 활약하면 해당 후원사의 마케팅 전략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최근 윤이나 선수의 소식을 접했다. 해당 후원사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박민지를 신인 때부터 후원하며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후원 선수의 잘못으로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후원사들이 선수 영입에 유독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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