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오는 11월1일 ㈜한화에 흡수합병
정밀기계·상사 분야 합쳐져 미래사업 시너지 이뤄질 듯
방산부문 분리로 글로벌 ESG자금 유입도 기대
승계 과정 해석도…건설 보유한 생명 지분 한화로 이동
"합병 발표만 나왔을 뿐, 11월 말까지 세부 플랜 예상"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한화건설 제공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한화건설 제공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지난 2002년 ㈜한화에서 물적분할로 설립된 한화건설(비상장)이 ㈜한화와 다시 합친다. 이번 한화의 합병 대상엔 한화정밀기계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한화는 글로벌(무역) 부문까지 합쳐 미래 사업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꿈꿀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장이 보는 합병의 의미는 다르다. 한화건설이 한화생명 지분 25.09% 갖고 있는 사실을 들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슬하 세 아들에 대한 승계가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해석한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오는 11월 1일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한다. 한화는 한화건설이 기존에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모두 상환, 한화건설 지분율 100%를 만들어 완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별도의 신주 발행 없이 한화건설을 품는다.

20년 만에 한화건설 간판을 내리고 한화로 다시 돌아가는 셈이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자산 7조원, 매출액 3조원을 기록하는 국내 10위권 건설사로 자리매김했다. 올 2분기 매출액 1조361억원, 영업이익 892억원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9%, 64.0% 오르는 상승세를 탔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기존 방산 분야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넘겨주는 대신 건설 분야를 갖고 오는 만큼 건설사업을 사내 새 동력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ESG와 어긋나는 방산사업을 분리했기 때문에 글로벌 ESG 자금 유입을 통한 친환경 건설사업에도 신경쓸 수 있게 됐다.

산업적 효과와 더불어 한화그룹 승계 문제에도 이번 한화의 한화건설 흡수합병이 연관됐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한화와 한화건설은 그룹 내 금융지주사 같은 역할을 하는 한화생명 지분을 각각 25.09%, 18.15%씩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흡수합병으로 두 기업이 하나가 되면 한화의 한화생명 지분율이 43.24%로 뛴다. 이로 인해 금융사 지배구조도 한화→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으로 단순해지게 된다.

김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 중 차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생명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어 한화그룹 내 금융사업은 그가 물려받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걸림돌은 금산분리 규제다. 현행 규제에 따르면 한화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자산총계 5000억원 이상 그리고 총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약 50% 이상)가 되는 시점부터 2년 내 금융계열사 지분을 팔아야 한다. 다만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이 부임과 함께 금산분리 완화를 시사하고 있어 지주사 아래 금융 관련 중간지주사 두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 가능성이 제기된 시점에 한화의 한화건설 흡수합병이 이뤄져 이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계열 분리 등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김 부사장이 한화그룹 내 금융사업을 물려받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어서다.

주주들과 시장이 기업가치를 증대하는 길이라며 환영하는 것은 흡수합병에 따른 논란을 상쇄할 수 있어 한화의 앞날과 승계 작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화 주가는 합병 발표 전후로 20% 가까이 올랐다.

다만 한화건설은 이제 합병만 발표했을 뿐 합병 이후 밑그림 등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합병을)공식 발표하기는 했는데 내부적으로 지침 받거나 한 것은 아직 없다"며 "(그룹에서)11월 말까지 합병에 따른 세부 플랜을 발표하겠다고 한 만큼 차차 드러날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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