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 7월 신규 고용 전망치 두 배 넘는 52만 8000명 증가
전문가들, 연준이 경기 둔화 부담 떨쳐내고 물가 잡기에 집중
미 7월 신규 고용이 전망치의 두 배가 넘는 52만 8000명 증가로 나타나며 연방준비제도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7월 신규 고용이 전망치의 두 배가 넘는 52만 8000명 증가로 나타나며 연방준비제도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6월과 7월에 이어 오는 9월까지 한 번에 기준 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미국 노동시장이 견조하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으로 이에 연준은 경기 둔화에 대한 부담 없이 물가 잡기에 올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준은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한 후, 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조절론을 꺼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 기조가 계속 긴축으로 가면서 누적되는 정책 조정이 경제와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하면서 금리 인상에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시장은 환영했고, 뉴욕증시는 암울했던 상반기를 잊고 오랜만에 상승세를 탔다. 인플레이션 정점론과 함께 경기 침체를 방어하려는 연준의 의지를 확인한 시장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으로 돌아갈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이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경제 지표가 나왔다. 바로 고용 지표다. 미 노동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의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52만 8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의 39만 8000개보다 증가한 것은 물론,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25만 8000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7월 실업률도 6월의 3.6%보다 0.1%P 줄어든 3.5%로, 코로나19 이전으로 복귀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라고 바라봤다. 신규 고용과 실업률은 그야말로 ‘고용 서프라이즈’였다. 

고용 시장의 호조가 증명되면서 미국이 경기 침체에서 한 발 멀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번 고용 지표는 9월 FOMC 테이블에 올라갈 첫 번째 중요 지표다. 파월 의장 역시 “노동 시장을 살펴보고 금리 인상의 적정한 스탠스를 찾을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7월 강력한 고용 지표가 나옴에 따라 연준이 경기 침체에 대한 부담 없이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 인사인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9월에 0.75%P 인상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 역시 9월 자이언트 스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 최대 은행 JP모간도 연준의 9월 0.75%P 인상을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페드워치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고용 지표가 나오기 전에는 9월 자이언트 스텝의 가능성이 34%에 그쳤지만, 발표 직후 68%로 급상승했다. 1주일 전만해도 70%를 넘겼던 빅스텝 전망은 32%로 떨어졌다. 

분위기가 자이언트 스텝으로 바뀐 가운데 다시 한 번 판도를 흔들만한 지표가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오는 10일 발표되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CPI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6월 CPI 상승률이 41년 만에 가장 높은 9.1%를 기록한 만큼 시장은 물가가 정점을 찍었을 거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전문가들은 7월 CPI 상승률이 8.7%~8.9%로 둔화됐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6.1% 오르며 전월치(5.9%)보다 상승 폭이 가팔라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CPI는 예상치를 비웃을 때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CPI가 확실히 발표된 후에야 연준의 정책 방향성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CPI가 크게 둔화돼 물가 정점이 통과됐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빅스텝이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고, 반대의 경우라면 자이언트 스텝이 기정사실화될 수밖에 없다. 

하나증권은 “미국 고용 서프라이즈가 나왔다. 이에 당분간은 긴축 속도와 관련된 시장 인식의 재조정 작업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최근 하향 조정돼왔던 금리인상 사이클 예상 경로가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대표적 후행지표인 고용지표를 앞세워 연준은 9월에도 0.75%P 인상을 할 거라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하나증권은 이번 주 발표되는 CPI가 조금 더 비중 있는 결정의 변수가 될 거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미국 7월 고용지표는 서프라이즈 그 자체였다. 전방위적 고용 회복은 수요 증가로 연결된다. 이는 미국이 수요가 이끄는 물가 상승 압력에 계속해서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시장도 고용 호조를 감안해 금리 인상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9월 0.75%P 인상 확률이 68%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도 7월 CPI를 주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가 예상치는 낮아진 상태지만 수요에 영향을 받은 근원 물가 예상치가 높다. 결과가 어떤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근원 물가가 상승한다면 시장금리의 상승세가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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