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내달 초 예비회의 이후 칩4 참여 여부 확정 예상
미중 갈등 최고조…칩4 참여시 中 경제보복 예상
美 칩플러스 통과…삼성·SK하이닉스 中 투자 불가
"中 제재시 당장은 영향 없으나 장기 전략 수정해야"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정부가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룰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국익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칩4 예비회의에 참석한다. 
정부가 칩4 예비회의에 참석한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일단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했지만 칩4 정식 가입을 결정한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칩4 성격이나 목적 등이 아직 불분명한 만큼 예비회의를 통해 미국 측 설명과 각국 견해를 듣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예비회의에서는 칩4 세부 의제와 참여 수준 등이 조율될 예정이다. 업계는 정부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예비회의 이후 칩4 참여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전망한다.

칩4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3월 한국과 일본, 대만 3개국에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다. 일본과 대만은 이미 칩4 참가 의사를 밝혔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칩4는 주요 반도체 4개국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최근 반도체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을 견제해 미국 주도로 새판을 짜겠다는 구상이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제안을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차라리 한국이 칩4 동맹 초반부터 참가해 룰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국익을 최대한 보호하고 표준과 기술자산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한국이 지금껏 미중 사이에 끼어 줄타기 전략을 펼쳐왔으나 이번엔 이 같은 균형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반도체산업이 국가안보 산업으로 변형된 만큼 선택을 피할 수 없으며 어느 곳을 선택하든 출혈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칩4 동맹에 가입한다면 사드 사태와 같은 중국 보복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일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768억달러(약 100조원)로 전체 반도체 수출 규모에서 60%(홍콩 포함)를 차지한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한중 무역과 반도체 수출 규모를 언급하며 "한국은 장기적 이익과 공평하고 개방적인 시장 원칙에서 출발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으로 일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매체도 “상업적 자살행위”라고 했다. 또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8일 국내 언론사와 공동인터뷰에서 "중국을 배제한 협의체는 옳지 않다. 해당 국가들은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칩4를 할 거라면 중국까지 포함해 칩5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반도체 지원 플러스 법안에 서명할 예정한다. 총 520억달러(약 68조원) 규모 지원책을 담은 이 법안은 서명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해당 법안의 최대 수혜를 받겠지만 동시에 중국 투자 제한도 받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반도체 특혜를 입는 대신 중국 공장을 확장하는 등 반도체 투자가 어렵다는 말이다.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SK하이닉스의 D램 중국 생산 비중은 40~50%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첨단 공정 대부분이 평택과 이천 등 국내 포진해 있어 중국에 차세대 기반 반도체 생산 시설을 확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EUV 등 첨단 공정 장비도 대부분 국내에서 활용되고 있어 미국이 중국 반입을 차단해도 당장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투자 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은  중장기사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최정화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