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션 놀린. /KIA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KIA는 지난 6월 중대한 선택을 해야 했다. 새 외국인 투수 토마스 파노니(28)를 영입해 로니 윌리엄스(26)와 션 놀린(33), 둘 중 한 명을 내보내야 했다. 종아리 파열로 장기 이탈 중이던 놀린의 퇴출 가능성이 커 보였다. 복귀 시점에 물음표가 찍혀 있었다. 반면 로니는 부진(3승 3패 평균자책점 5.89)하더라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그러나 KIA는 로니를 퇴출하고 놀린을 재신임했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놀린이 로니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극적으로 생존한 놀린은 한 달이 넘도록 치료와 재활에 매달리며 1군 복귀를 준비했다.

KIA는 마냥 놀린의 회복만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놀린의 부상 재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플랜B를 준비했다. 지난달 12일 미국으로 날아간 장정석(49) KIA 단장은 외국인 선수 수급 채널 구축과 내년 스프링캠프 훈련 시설 계약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대체 외인을 물색했다. 하지만 영입 리스트에 있던 선수들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그 사이 1군에 복귀한 놀린은 건재를 과시하며 퇴출설을 잠재웠다. 복귀 후 3경기에서 무승 무패 평균자책점 2.00(18이닝 4자책),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QS) 2회를 기록했다. 64일 만에 복귀전이던 지난달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4이닝 동안 공 72개를 던지며 5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2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투구 수 제한 없이 6이닝을 소화했다. 5회말 빗맞은 안타와 야수 송구 실책 등 불운이 겹치며 4실점(3자책)했지만, 특유의 완급 조절 능력과 제구력을 과시했다. 특히 투구 수 98개를 기록하며 몸 상태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지웠다.

KIA 타이거즈 션 놀린. /KIA 제공
KIA 타이거즈 션 놀린. /KIA 제공

7일 두산전에선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이날 8이닝 3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시즌 2번째 QS 플러스(선발 7이닝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최고 시속 145km까지 나온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투심 패스트볼 등을 섞어 두산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불펜 난조로 승리를 날렸지만, 외인 에이스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호투를 펼쳤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장 단장이 귀국한 다음 날이었다.

놀린은 복귀 이후 구속과 구위를 회복했다. 날카로운 제구력도 여전하다. 복귀 후 3경기에서 스트라이크 비율 72.1%를 기록했다.

약점으로 지점 받던 왼손 타자 상대 약세도 개선 기미를 보인다. 놀린은 좌타자 상대로 부상 이탈 전까지 피안타율 0.358, 피OPS(출루율+장타율) 0.942를 기록했으나 복귀 후엔 피안타율 0.188, 피OPS 0.376을 올렸다.

KIA는 이달 들어 불펜이 흔들리면서 5위 수성의 고비를 맞았다. KIA 불펜진은 6경기에서 18.1을 던지면서 12실점을 해 평균자책점 5.89를 기록 중이다. 블론 세이브도 벌써 3개나 범했다. 뒷문을 책임졌던 장현식(27)과 전상현(26)이 팔꿈치 통증으로 한꺼번에 이탈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 놀린이 이닝 이터(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 구실을 해준다면 마운드 전체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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