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투타 밸선스 완전히 무너진 롯데
뒤늦은 승부수 효과 보기도 전 8위 추락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야구는 사실상 끝났다. 선수들이 경기에서 패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야구는 사실상 끝났다. 선수들이 경기에서 패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올 시즌 목표는 가을야구 진출이다. 최근 4시즌간 하위권을 전전했지만, 꿈은 늘 포스트시즌에 있었다. 간판 타자 이대호(40)의 현역 마지막 시즌이라는 상징성도 크게 작용했다. 게다가 홈 구장인 사직구장 외야 펜스를 높이고, 홈 플레이트를 뒤로 물렸다. 타자친화적인 구장에서 투수친화적인 구장으로 탈바꿈했다. 시즌 전 래리 서튼(52·미국) 롯데 감독은 "하위권에 머물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가을야구는커녕 이제는 9위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시즌 전 전문가, 야구 팬 등 모두의 마음속 하위권 예상 팀은 롯데와 한화 이글스였다. 두 팀 모두 몇 년째 리빌딩을 선언하며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성적은 당연히 하위권을 전전했다. 지난 겨울 프리에이전시(FA) 시장에서 단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2약으로 분류하는 이가 많았다.

한 야구 전문가는 "몇 년째 이어져 온 육성 시스템 탓에 핵심 자원만 지친다. 당장 2018시즌만 봐도 당시 전준우(36), 손아섭(34·NC 다이노스), 이대호는 최다안타 1~3위를 휩쓸었다"며 "그런데 구단은 정규시즌 7위에 머물렀다. 서튼 감독이 말한 현재와 미래의 공존은 사실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튼 감독은 수차례 "우리는 매일 이기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챔피언십 팀'의 방향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라며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최선을 위해 싸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시즌 초반 모두의 예상의 깨고 4월을 단독 2위로 마감했다. 당시 전준우를 비롯해 안치홍(32), 한동희(23) 등의 타선의 활약과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27·미국), 박세웅(27) 등 투수진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탄탄대로만 걸을 것 같았던 구단은 예상치 못한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5월 9승 17패에 허덕이며 쌓아온 승수를 깎아 먹었다. 부상자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한 6월에도 9승 2무 12패에 그쳤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4연승을 거두며 5위 KIA 타이거즈와 격차를 4경기로 추격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성민규(40) 롯데 단장은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2019년 9월 부임 이후 단 한 차례의 외인 중도 교체는 단행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지난달 17일 DJ 피터스(27·미국)를 보내고 잭 렉스(29·미국)를 데려왔다. 지난달 출전한 7경기에서 13안타(1홈런) 3타점 타율 0.433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기대에 부응했다.

성 단장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외국인 투수 글렌 스파크맨(30·미국)까지 방출했다. 대체 선수는 우리에게도 이미 친숙한 댄 스트레일리(34·미국)다. 지난해까지 에이스로 활약했던 그의 영입으로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승부수도 단순한 '희망 고문'으로 비친다. 공교롭게도 롯데의 후반기 첫 상대가 5위 KIA였는데, 스윕을 당하며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 24일 홈 경기에선 0-23으로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실점 불명예 기록을 썼다. 잠실 두산 베어스와 3연전도 모두 졌고,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첫 경기까지 7연패에 빠졌다. 롯데 팬들은 '트럭시위'까지 벌이며 구단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서튼 감독 역시 이런 분위기를 모르지 않았다. "우리는 늘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난 열정적인 롯데 팬들을 사랑한다. 그만큼 롯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의 추락은 현재진행형이다. 7일 부산 NC전에서 0-14로 완패하면서 올 시즌 처음으로 8위까 떨어졌다. NC와 첫 경기에서 7-2로 승리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을 때까지만 해도 흐름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2경기에서 24실점을 내주는 등 마운드는 붕괴했고, 타선은 단 1점 밖에 뽑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했다. KBO리그 역대 3차례만 나왔던 인사이드 더 파크 만루 홈런의 굴욕도 겪었다.

주축 선수들이 집단 부상으로 이탈했을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 8일 기준 후반기에서 3승 1무 10패를 기록했다.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 10위(7.85), 팀 타율 8위(0.244)에 머물러 있다. 스트레일리의 재영입 효과를 보기 전에 이미 가을야구와 멀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핵심 선수들이 이탈하는 악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건 변명에 불과하다. 꿈은 크게 꾸고, 목표는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44경기가 남은 구단의 목표는 여전히 5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보인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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