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분기 한전 영업적자 5조원 넘어…연료비 상승으로 영업적자 더 커질 전망 
정부, 高물가로 전기요금 인상 어려워…올해 연료비조정단가 인상폭 모두 소진
올겨울 가스수급난 우려하는 시각도…산업부 "차질 없도록 필요물량 조기 확보"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에 설치된 모니터에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에 설치된 모니터에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한 차례 인상된 이후,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서민경제를 위협하고 있지만, 한국전력의 3분기 영업적자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교통비는 유가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 여파로 최근 5개월 동안 전년동월대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겨울철 가스수급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전반적으로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경제활력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올해 2분기(4~6월) 한전의 영업적자는 5조원을 넘으면서 1분기에 이어 대규모 적자 기록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3분기(7~9월)에는 연료비 상승으로 영업적자가 더 커질 전망이다. 물가상승 압박으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한전의 적자규모가 더 커지는 형국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한전의 2분기 연결 기준 평균 영업 손실 규모는 5조3712억원이다. 지난해 한해 적자액 5조8601억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올해 1분기 역대 최고인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분기도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한전의 전력 판매단가는 1월 kWh(킬로와트시)당 114원 수준에서 4월 103원, 5월 105원 정도로 소폭 내렸다. 지난 4월 전력도매가격(SMP)은 202.11원이었으나 판매단가는 103원으로, 전력 구매가격이 판매가격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SMP는 지난달 말 139.88원에서 이달 1일 200원대(200.20원)로 다시 올랐다. 4일에는 206.39원까지 치솟았다. 러시아가 가스공급을 줄이면서 국제 시장에서 가스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이다. 반면, 한전의 전력 판매단가는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올해 3분기에는 전력 구매가격과 판매가격의 격차가 더 벌어져 2분기보다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3분기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5원 인상되는 데 그쳤다.

전력 구매가격과 판매가격의 격차를 좁혀야 하지만, 고물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정부가 당장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 이미 연료비 조정단가는 올해 인상 폭을 모두 소진했다. 

실제 고물가로 인한 서민경제 타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7월 교통비는 1년 전보다 15.3% 올랐다. 유가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 여파로 교통비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째 전년동월대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교통비가 다섯 달째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12월~1998년11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 7일 발간한 '8월 경제동향'에서 한국경제가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이어갔으나, 하방 위험은 커졌다고 진단했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부진이 완화되며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지속했으나, 고물가와 대외여건의 악화로 경기 하방 요인이 고조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3% 올랐다. 1998년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86.0으로 전월(96.4)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향후 소비 회복이 제약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올랐다. 

물가 평균을 전년도 같은 기간 물가 평균과 비교한 전년 누계비 변동률은 올해 1월과 2월 3.6%에서 3월 3.8%, 4월 4.0%, 5월 4.3%, 6월 4.6%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남은 올해(8~12월) 물가가 전월과 같거나 하락하지 않을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연간 물가 상승률이 5% 이상을 기록한 때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7.5%)이 유일하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광역계통운영센터에서 여름철 전력수급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광역계통운영센터에서 여름철 전력수급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겨울철 가스 수급난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발 천연가스 공급 차질 문제에 대처해야 할 한국가스공사가 수요예측 실패로 지난 2일 기준 액화천연가스(LNG) 비축량이 올겨울 열흘치에도 못 미치는 137만톤까지 줄어들어 연내 1000만톤을 추가로 구하지 못하면 에너지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겨울철 천연가스 수급관리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물량 조기 확보 및 수요절감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여름철 폭염 등에 따른 국내 천연가스 수요 증가로 가스공사의 LNG 재고가 예년보다 다소 낮은 것은 사실이나, 7일 기준 재고는 약 34% 수준(181만톤)으로 하절기 비축의무량(약 91만톤)을 상회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산업부는 "특히, 동절기 시작 전인 11월에 가스공사의 LNG 재고가 만재재고(저장시설의 약 90%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난 4월부터 현물구매 등을 통해 적극 확보하고 있다"며 "7월에만 약 345만톤의 물량을 추가 확보했다"고 부연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9월 전부터 올겨울 문제가 없도록 기초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70% 비중의 기 확보 장기계약물량에 더해 다각적인 루트로 현물·단기계약물량 등을 선제 확보하는 중"이라며 "다른 모든 영역 중 가스와 전기 수급을 가장 먼저 확실히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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