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빙속 국가대표 김민석이 음주운전 사고' 징계위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빙속 국가대표 김민석이 음주운전 사고' 징계위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한국 빙상은 변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연맹 회의실에서 징계 회의를 열고 “김민석(23·성남시청)에게 음주운전 사고 및 음주 소란 행위, 체육인의 품위를 훼손한 행위를 적용해 선수 자격정지 1년 6개월 징계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음주운전을 한 정재웅(23·성남시청)은 같은 이유로 선수 자격정지 1년, 음주운전을 방조하고 차량에 함께 탑승한 정선교(24·스포츠토토)와 정재원(21·의정부시청)은 각각 선수 자격정지 6개월, 선수 자격정지 2개월의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김민석과 정재웅은 훈련 기간 중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는 대형 사고를 치고도 계속 태극마크를 달 수 있게 됐다. 김민석은 2024년 2월, 정재웅은 2023년 8월에 복귀한다. 둘 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문제없이 출전할 전망이다.
빙상 선수들의 음주 사건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빙상연맹은 그때마다 사실상 선수 활동에 지장이 없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고, 선수들은 일탈을 반복했다. 이제는 엄격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연맹은 또 잘못된 선례를 또 남겼다. 물의를 일으켜도 반성만 하면 복귀할 수 있다는 '나쁜 메시지'를 줬다.

김성철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회적 분위기를 비춰봤을 때 너무 가벼운 징계를 내린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자격정지 1년 6개월은 선수에게 치명적인 징계다. 다만 김민석은 올림픽 메달 등 포상 실적을 고려해 양형 조처했다."

올림픽 성적이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양형 요소가 된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힘들다.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한국 프로 빙상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발언이다.
빙상계의 동떨어진 현실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던 윤창호 씨가 음주 운전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사건 이후, 음주 운전 처벌을 대폭 강화한 '윤창호법'이 시행됐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하지만 연맹은 음주운전을 한 선수들에게 다시 태극마크를 달 기회를 줬다.

운동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되는 시대는 끝났다. 메달과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궤변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도,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잘못을 저질렀다면 똑같은 원칙을 적용받아야 한다. 당장 성적을 내야해서, 선수가 필요해서 '봐 주기 징계'를 해선 안 된다. 한번 잘못으로도 다시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국가대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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