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머스트자산, 태영건설 453억원 규모 지분 매입
올 여름 가치 급락으로 수익률 -40%
2년 전 인적분할 이끌어내고 청산할 때와 정반대
당분간 관망ㆍ손절ㆍ추가 취득 후 경영 참여 등 예측 분분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태영건설 제공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태영건설 제공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태영건설 지분을 10% 가까이 취득한 국내 유명 사모펀드가 큰 평가손실에 체면을 구기고 있다. 실적 부진 등으로 태영건설 시가총액이 급락했기 때문인데, 본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평순위 17위 중형 건설사에 돈을 쏟아부은 곳은 국내 건설사에 곧잘 투자하기로 유명한 머스트자산운용이다.

머스트자산운용이 태영건설 투자를 알린 때는 지난해 초다. 총 247억원을 들여 지분율 5.49%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내내 206억원을 더 들여 지분율을 9.99%까지 늘렸다.

주당 평균 매입가액은 1만1654원. 지난해 10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사모펀드는 경영 참여 목적이 아닐 경우 상장사 지분을 10% 미만으로 취득해야 한다. 단순투자를 내세운 머스트자산운용 입장에선 태영건설 지분 한도를 꽉 채운 셈이다.

머스트자산운용은 태영건설이 지난해 전국에 8563가구를 분양하는 등 주택사업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점을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PBR이 0.6∼0.7배를 오가는 등 태영건설 기업가치가 낮다는 판단도 시장에서 나왔다.

이에 더해 머스트자산운용이 태영건설 투자를 통해 거둔 한 차례 좋은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머스트자산운용은 태영건설이 지주사와 사업사로 인적분할하기 전인 지난 2014년부터 지분을 꾸준히 사고 팔았다.

지분율 15%를 넘긴 2019년 8월엔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꿨다. 이어 태영건설에 지주사 설립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강력히 요구한 끝에 지난 2020년 9월 인적분할을 이끌어냈다. 분할 이슈로 태영건설 기업가치가 오른 뒤엔 지분을 전액 매도해 수익을 실현했다. 비슷한 시기 계룡건설이나 한신공영  등 다른 건설사 투자를 통해서도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태영건설은 올 들어 부침을 겪는 중이다. 우선 지난 3월 경기도에서 토목건축사업에 대한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회사 측은 수주고를 충분히 쌓아 징계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해명했으나 이후 글로벌 원자재 가격 폭등과 더불어 실적이 나빠졌다.

특히 2분기엔 연결기준 매출액이 6171억원으로 전년 동기(5981억원) 대비 3.18% 올랐음에도 영업이익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 여파 등으로 태영건설 주가는 올 여름 들어 주당 7000원을 오가고 있다. 머스트자산운용 입장에선 평가손실이 40%에 이른 셈이다.

건설업계에선 머스트자산운용의 향후 행보에 대한 여러 의견을 내고 있다. 긴 시간 가치투자를 하는 펀드인 만큼 이제 1년 반 된 태영건설 투자를 계속 지켜볼 것이란 의견이 있지만 일각에선 지분변화를 내다본다.

머스트자산운용이 적당한 시기에 지분을 내다팔아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아니면 지분을 더 매입해 경영 참여로 투자 목적을 바꾼 뒤 주가 부양 차원에서 태영건설에 이런 저런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트자산운용은 국내에서 주주행동주의펀드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머스트자산운용 측은 "태영건설(투자)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머스트자산운용 지분 구조 변화는 아직 없다"며 "지금까지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만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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