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투수 윤산흠. /한화 제공
한화 이글스 투수 윤산흠. /한화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요즘 카를로스 수베로(50) 한화 이글스 감독은 오른손 영건 윤산흠(23)만 보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듯하다. 지난해 한화에 입단해 5경기 출전에 그쳤던 윤산흠은 올 시즌 새로운 '믿을맨'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 19경기에 등판해 무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1.37을 기록 중이다. 특히 후반기 5경기에선 모두 무실점을 기록하며 필승조로 우뚝 섰다.

무명의 반란을 일으켰다. 윤산흠은 순탄치 않은 야구 인생을 살아왔다. 철저한 '비주류'였다. 광주진흥고 시절 내야수였던 그는 투수 전향을 위해 당시 신생팀이었던 전북 고창 영선고로 전학을 갔다. 고교 시절 평범한 선수였고, 프로 지명을 받는 데 실패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 진학 대신 독립리그 파주 챌린져스에 입단했다. 경기가 없는 날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절실하게 야구 한 끝에 2018년 12월 두산 베어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2020시즌이 끝난 뒤 방출됐다.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독립리그로 향했다. 레전드 송진우(56) 감독이 이끄는 스코어본 하이애나들에 입단해 프로 재입성을 노렸다. 그는 9일 본지와 통화에서 "원래는 군대에 가려고 했었는데 두산에 있을 때 가깝게 지낸 코치님들이 '아직 나이가 어리니 1년만 더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해주셔서 마음을 바꿨다"고 밝혔다. 독립리그 정상급 투수로 활약한 윤산흠은 지난해 6월 투수난에 시달리던 한화 스카우트 팀에 눈에 들어 프로 무대에 재입성했다. 

윤산흠의 트레이드 마크는 역동적인 투구폼이다. 온몸을 뒤로 젖힌 뒤 오른팔을 쭉 뻗어 던진다. 격렬한 투구 동작으로 모자가 벗겨지기도 한다. 그는 "고등학교 땐 구대성(53) 선배나 노모 히데오(일본)처럼 몸을 틀어서 던졌다. 두산에 입단해서 이용호(52) 코치님과 지금 투구폼의 기초를 만들었다. 스코어본 마정길(43) 코치님과 한화 박정진(46) 2군 코치님에게 배우면서 투구폼을 완성했다"며 "힘 쓰기에도 편하고 구속도 잘 나온다. 저와 잘 맞는 투구폼이라고 생각한다. 몸에 부담도 없다. 트레이닝 코치님이 관리를 잘 해주신다"고 전했다.

한화 이글스 투수 윤산흠. /한화 제공
한화 이글스 투수 윤산흠. /한화 제공

긴 머리에 온 힘을 쥐어 짜내는 역동적인 투구폼, 크지 않은 체격(177cm-68kg)은 2008~200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팀 린스컴(은퇴)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윤산흠의 롤모델이 린스컴이다. 한화 팬들은 윤산흠에게 '대전 린스컴'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윤산흠은 "어릴 때부터 제 우상은 린스컴이었다. 체격이 작지만 빠른 공을 던지고, 타자를 힘으로 제압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 팬들이 지어주신 '대전 린스컴'이란 별명이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올 시즌 윤산흠은 린스컴처럼 정면승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당찬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수베로 감독은 "윤산흠은 배짱 있는 투구로 상대 중심 타자와 대결에서 물러서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윤산흠은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강하게만 던지려고 했다면, 최근엔 ‘맞는 한이 있더라도 볼넷은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던지려 한다. 호세 로사도(46) 투수코치님도 과감한 투구를 강조하신다"고 말했다.

윤산흠의 주무기는 폭포수 커브다. 커브 구사율이 49.6%로 포심 패스트볼(49%)보다 높다. 분당 회전수가 높은 그의 커브에 상대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윤산흠은 "고등학교 때까진 슬라이더만 던졌다. 스코어본에서 커브를 배웠고, 한화에 와서 박정진, 윤규진(38) 코치님과 구종 완성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비시즌에 김진우(39 · 전 KIA 타이거즈) 선배가 운영하는 센터에서 운동했는데, 그때 노하우를 많이 전수받았다"고 했다.

이제 막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 윤산흠에게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묻자 "한화의 마무리 투수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흔히 혼을 담아 던진다고 하지 않나.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장차 한화의 마무리 투수가 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마무리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선발보단 클로저가 되고 싶다"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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