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바이든 美 대통령, 자국 생산 전기차 지원 법안에 서명
현대차 아이오닉5·기아 EV6 등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
노조는 현지 생산공장 투자에 반발 “국내 투자로 돌려라”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을 통과시키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시장 공략이 걸림돌을 맞았다. 추진 중인 현지 생산기지 가동도 노조 반발에 부딪혀 진통이 예상된다.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4400억달러 규모의 정책 집행과 3000억달러의 재정적자 감축으로 구성된 총 7400억달러 규모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중고차 기준 최대 4000달러, 신차는 7500달러의 보조금이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된다. 구체적으로 중국산 핵심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를 제외하고,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만들어진 배터리·핵심광물을 사용한 차량에 보조금을 지원한다.

현재 미국에서 시판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은 전량 한국에서 생산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이 경우 가격 경쟁력 약화로 현지 판매량이 저하되고 앞으로 출시할 아이오닉6, EV9 등 신차 현지 공략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점유율 2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 선두 테슬라 추격이 어려워지고 전기차에 힘을 싣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다른 현지 완성차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앨라배마 몽고메리 공장에 전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해 올해 말부터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전기차 GV70을 생산할 예정이며 2025년부터 조지아주에서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공장 가동도 국내 노조의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기아지부는 지난 5월 사측의 조지아 공장 설립 발표 당시 국내 투자로 돌릴 것을 요구하며 반발한 바 있다. 

특히 아직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하지 않은 기아 노조는 지난 10일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투자를 철회하고 국내 공장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국내 투자 계획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해 임단협 타결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우리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등 통상규범 등에 따라 지원 대상 전기차 요건을 완화해 줄 것을 미국 통상당국에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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