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탄탄한 차체 기본기 갖췄지만 상품성 아쉬워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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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전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시장이 급성장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일본은 시동이 늦었다. 일본 대표 고급 브랜드 렉서스도 마찬가지다. 이제서야 전동화 라인업이 국내에 상륙했다. 브랜드 최초의 배터리 전기차(BEV) ‘UX 300e’와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인 2세대 ‘NX’가 주인공으로 ‘렉서스 일렉트리파이드’라는 전동화 전략의 선봉이다. 이 중 UX 300e를 통해 순수 전기차에 대한 렉서스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렉서스 최초의 콤팩트 SUV 모델인 UX의 외관은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요소인 스핀들 그릴과 날카로운 LED 헤드램프 등이 한 눈에 봐도 ‘렉서스다’라는 인상을 준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인상을 주는 타임 인 디자인 콘셉트를 구현했다고 하는데 굴곡진 측면 캐릭터 라인과 휀더의 볼륨감, 각진 프론트 휠하우스 등을 제외하면 다른 렉서스 모델에 비해 크게 차별적인 부분을 찾기는 어렵다. 기존 렉서스 차량들이 워낙 개성 있는 선과 면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능적으로는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된 에어로 스테빌라이징 아치몰딩이 주행 시 측면의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공기저항을 최소화 해 전비 향상에 도움을 주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UX 300e 측면에는 ‘ELECTRIC’ 배지가 있으며 전기차 전용 18인치 알루미늄 휠이 장착됐다.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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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렉서스답게 부드러운 가죽 소재로 스티어링휠, 기어레버, 시트, 암레스트 등을 덮어 만족스러운 감촉을 제공하며 천장을 덮은 패브릭 루프라이닝도 매우 부드럽다. 하지만 가죽 외 패널 부위의 소재감은 특별히 고급스럽지 못하며 여러 층으로 복잡하고 두껍게 구성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다소 번잡하고 답답한 느낌을 줘 실내 공간이 더 좁아보이게 한다.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단점들이 더 보인다. 대시보드 상단에 자리 잡은 센터 디스플레이는 좌우로 긴 패널 형태에 비해 실제 디스플레이 크기는 전체 면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좌우로 큰 여백이 있다. 이곳에 아날로그식 시계를 배치했는데 고급스러운 느낌보다는 전체적인 디자인과 유기적으로 어울리지 못하는 이질감을 준다. 디지털과 디스플레이와 아날로그 게이지가 혼재된 계기판도 시인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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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의 경우 내비게이션을 갖추고 있지 않았으며 센터페시아 공조장치 조작부 밑으로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CD 삽입구가 있다는 점도 시대에 맞지 않아 보였다. 센터 콘솔 수납공간 크기는 여유롭지 못하고 글로브박스 공간은 더 협소하다. 수납공간 내부는 따로 내장재 없이 딱딱한 플라스틱을 드러내고 있으며 여닫는 느낌도 다소 가볍다.

센터콘솔에 마련된 렉서스 터치패드 인터페이스와 미디어 조작부도 사용법이 직관적이지 못해 다른 최신 모델에서는 변경되고 있는 부분이다. 시트 포지션은 다소 높아 앉은키가 큰 운전자의 경우 머리 공간이 부족할 수 있으며 스티어링휠 틸팅 조절각도 매우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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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단점들은 상대적으로 저가인 콤팩트 SUV인데다 출시된 지 3년차에 들어선 UX 모델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UX 300e는 앞좌석 통풍·전좌석 열선 시트, 블랙박스와 하이패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 안전 패키지, 에어백 10개, 변속 위치에서 하차할 경우 자동으로 파킹 모드로 전환하는 기능 등 다양한 편의·안전사양을 갖췄다. 트렁크 용량은 305리터로 하이브리드 모델 대비 약 41리터 넓어졌다.

전기차로서의 사양도 다소 부족하다. 54.35kWh 용량의 배터리로 제원상 1회 충전 시 233km 주행거리를 제공하는데 최신 전기차들의 주행거리가 300~400km대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앞바퀴를 굴리는 전기모터는 약 204마력의 출력을 내며 AC 타입 완속·DC차데모 타입 급속충전을 제공한다. 국내에서 지원 차종이 줄고 있는 DC차데모 충전 방식도 상품성에는 부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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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을 시작하면 의외의 만족감과 아쉬움이 동시에 든다. 전기차다운 초반 응답성으로 가뿐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는데 앞바퀴 굴림 방식의 특성 때문에 구동력이 걸리면 조향이 잠깐씩 틀어지는 토크 스티어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부드러우면서도 제법 무게감이 느껴지는 스티어링휠은 조향 응답성이 좋은 편이지만 간헐적으로 헐거워지는 경우가 있다. 공기 저항이 심해지는 고속 영역 전까지 가속감은 부족함이 없는데 조향 안정성에 한계가 있어 더 빠르게 달리고 싶어지지는 않는다.

렉서스는 가속 직후부터 최고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차의 특성상 급가속으로 인해 주행 자세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UX 300e 토크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도록 제어하도록 했다. 또 타사 전기차들과 달리 회생제동이 강하게 작동하지도 않아 내연기관 차량에 익숙한 운전자를 배려한 모습을 보인다. 주행 정숙성도 우수하다. 속도가 붙으면 약간의 풍절음이 들리지만 노면음이나 창밖으로부터의 소음을 잘 차단해 렉서스 특유의 정숙한 주행 감각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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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을 연속하다 보면 UX 300e의 탄탄한 하체가 만족감을 준다. 달리기에는 다소 부실해 보이는 225mm폭에 편평비가 50에 달하는 18인치 휠타이어를 장착하고도 차체와 단단한 서스펜션이 조화롭게 차체 자세를 잡아준다. 속도가 약간 붙은 채 완만한 코너에 들어가도 도로를 쫀득하게 물고 돌아나가는 즐거운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하부에 무거운 배터리를 배치한 전기차의 특성도 더해진 결과다. 프론트 맥퍼스 스트럿, 리어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은 요철 충격도 불쾌함 없이 잘 처리한다.

차체가 탄탄한 만큼 상대적으로 부실한 타이어 한계가 금방 느껴진다. 때문에 타이어를 더 키웠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는 전비 효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타이어와 함께 브레이크 용량도 충분하지 않아 제동력도 여유롭지 못한 느낌이다. 기본기에 비해 세팅이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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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300e 구성이나 세팅에서 나타난 아쉬움은 함께 선보인 상급 하이브리드 모델 NX 350h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고급 브랜드에 어울리는 실내 디자인부터 편의사양 구성, 안정적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성능이 우월한 상품성을 제공한다. 순수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한 렉서스 행보가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늦게 진출한 렉서스의 첫 전기차는 모기업 토요타의 숙성된 자동차 만들기 역량이 녹아있는 동시에 부족한 상품성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렉서스는 내년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400km에 육박하는 주행거리와 308마력 출력을 내는 RZ 450e를 선보일 예정이다. 렉서스의 진정한 전기차 역량은 전용 플랫폼을 품은 후속 모델부터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렉서스 UX 300e의 국내 판매 가격은 5490만원(부가세 포함, 개별소비세 3.5% 기준)이다. 상품성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이 나타났지만 렉서스라는 고급 브랜드 배지를 달고도 100%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아직까지 해당 가격대에서 경쟁 모델의 수가 제한적인 만큼 UX 300e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모델로 평가된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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