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05년 LG와 계열분리 뒤 정체 면치 못해
‘탈 에너지’ 숙제…바이오ㆍ메디컬 M&A 박차
허태수 그룹 회장+4세 허서홍 부사장 협업
M&A로 파이 키워야 승계도 해결된다?
G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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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현기 기자] GS그룹 오너가의 시조로 불리는 허만정 선생은 ‘한국의 워렌 버핏’으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1947년 3남 허준구와 함께 사돈 구인회를 찾아와 LG그룹을 공동 창업했고, 큰 아들 허정구는 이병철이 당시 키우고 있던 삼성에 힘을 보태게 했기 때문입니다. 허정구는 훗날 삼성물산 초대 사장이 됐습니다.

LG와 삼성은 국내 최고의 기업을 넘어 세계 굴지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니 허만정 선생의 ‘보는 눈’은 예사롭지 않았던 셈입니다.

‘사업가의 피’는 지금도 GS가에 흐르는지 최근 몇년 사이엔 2차전지 소재 기업 엘앤에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9년 연결기준 매출액 3조1326억원에 적자를 내던 기업이 2년 뒤인 지난해 매출액 9조7076억원, 영업이익 443억원을 내고 시가총액이 10조원(코스닥 3위)에 이르는 전도유망한 회사로 변신했습니다.

엘앤에프를 이끄는 인물이 GS가 4세 허제홍 대표이사입니다. 허 대표이사의 할아버지가 바로 허만정 선생의 차남 허학구 새로닉스 회장입니다.

GS그룹은 4세 경영을 눈 앞에 두면서 가깝게는 형제, 멀게는 6촌 사이인 10여명이 그룹 내부 곳곳에서 요직에 오르는 상황입니다. 4세 경영이 불협화음 없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라도 GS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습니다. 파이가 커야 나눌 것이 많다는 논리입니다.

실제 지금의 GS그룹은 지난 2005년 LG와의 계열분리 뒤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아 향후 변화를 예의주시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GS그룹의 사업 분야는 크게 에너지와 유통, 건설로 나뉩니다.

이중 간판은 역시 GS칼텍스 지분 50%를 갖고 있는 에너지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GS에너지가 지주사인 ㈜GS 밑에서 중간지주사 형태로 자리잡았는데 올 반기 자산규모가 연결기준 14조1852억원입니다.

반면 홈쇼핑과 편의점 등을 하는 GS리테일은 GS에너지보다는 조금 작아 연결기준 자산규모가 9조7293억원입니다.

두 회사와 달리 ㈜GS가 아니라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개인과 그의 특수관계자가 최대주주(지분율 23.66%)인 GS건설은 최근 수년간 자산이 부쩍 늘어 올 반기 기준 16조4925억원으로 어느 덧 GS에너지를 제쳤습니다.

재계에선 GS 4세 경영의 핵심 인물 4인으로 장손인 허준홍(47) 삼양통상 사장, 4세 중 나이가 가장 많은 허세홍(53)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허서홍(45) ㈜GS 부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43)을 꼽습니다.

이 중 허준홍 사장은 삼양통상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고, 허윤홍 사장은 지배구조상 GS건설을 계열분리 등을 통해 독자 경영할 확률이 높습니다.

허세홍 사장이 지휘하는 GS칼텍스는 사업성이 꾸준한데다 최근 친환경 분야에 박차를 가하며 미래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GS그룹이 성장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은 GS리테일과 가깝거나 이와 관련된 ‘탈 에너지’ 분야로 계산됩니다.

실제 GS그룹은 이런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해 IMM인베스트먼트와 해외특수목적법인을 공동 설립, 보툴리눔 톡신 국내 1위 기업 휴젤을 인수했습니다. 이어 최근엔 해외 사모펀드 칼라일그룹과 구강 스캐너 세계 점유율 3위를 달리는 메디트 인수에도 나섰습니다.

바이오 및 메디컬 쪽으로 방향타를 돌리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과거 LG투자증권에서 IB(투자은행) 업무를 맡았던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그룹 내 미래사업을 주도하는 5촌 조카 허서홍 부사장과 손발을 맞춰 바이오 관련 M&A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허서홍 부사장이 역량 발휘를 통해 GS그룹의 파이와 자신의 파이를 동시에 키우는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M&A가 미래의 무궁무진한 먹거리를 도전적으로 찾기보다는 현재 GS그룹의 자산 규모 등을 위험 없이 안정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승계 등 다양한 계산까지 M&A에 녹아들었다는 얘기입니다.

GS그룹 지배구조의 개편 새 막이 방금 전 열린 셈입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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