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성남, 구단 매각설에 휘말리며 위기
구단 관계자 "매각은 여러가지 사안 중 하나"
"연고지 이적 계획은 없다"
성남FC는 구단 매각설에 흔들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성남FC는 구단 매각설에 흔들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K리그1(1부) 성남FC에 8월은 지옥과 같다. 성적 부진의 ‘내풍’도 이겨내기 쉽지 않은데 더 거센 매각설 ‘외풍’까지 불어오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성남은 시민구단이다. 구단주는 신상진(66) 성남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신 시장이 과거 주간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구단 매각’을 언급하며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성남은 이재명(59) 전 성남시장의 대기업 후원금 유용 의혹으로 최근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이 문제에 대해 신상진 현 성남시장은 “개선 의지도 없고 꼴찌만 하고 시민들의 혈세를 먹는 하마를 계속 갖고 가는 것은 성남시민들에 대한 배임이라고 본다. 성남FC 하면 비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 기업에 매각하거나 어떤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라며 성남 구단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신 시장의 인터뷰는 일파만파 확산됐다. 여기에 세미프로리그인 K3(3부), K4(4부)리그 재창단 보도까지 흘러 나왔다. 사실상 ‘프로팀’으로서 성남 구단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성남 팬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K리그1 경기에서 ‘성남시는 구단 매각 결정을 철회하라’라는 내용의 걸개를 내걸며 반대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또한 성남의 원정 팬들은 “연고 이전 반대”를 강하게 외쳤다.

김남일(45) 성남 감독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사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성남시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획으로 옮겨 구단을 운영하는지 알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저 저희 입장에서는 조금 더 성남FC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원해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성남 서포터스 ‘블랙리스트’도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명을 냈다. 블랙리스트는 “K4 재창단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년간 성남FC가 정치면에 오르내리면서 우리의 땀과 목소리가 더럽혀졌다. 성남FC가 정치권 어용단체로 재창단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여기에 최근 성남시청 ‘행복소통청원’ 게시판에도 성남FC 매각, 해체, 연고 이전 등을 반대한다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김남일 성남FC 감독은 선수들이 동요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남일 성남FC 감독은 선수들이 동요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성남 구단 관계자는 23일 오후 본지와 통화에서 “성남시 체육진흥과에 전달받은 바에 따르면 ‘연고지 이전’ 계획은 아예 없는 얘기다. 매각에 대해서 언급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매각 여부도 확실하게 나온 것이 아닌 여러 가지 사안 중 하나다. 시에서 존폐에 대해 결론을 짓고 정한 것이 아니다. 당장 구단이 없어지거나 그러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 체육진흥과에서도 어떤 안이 좋은지 계속해서 조사 중이다. 성남FC가 시민구단이다 보니 구단이 없어지려면 시의회나 여러 가지 과정들을 거쳐야 한다. 많은 논의들이 필요하다"라며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을 두고 상황을 주시하는 것이다. 지켜보면서 선수들이 경기 준비에 몰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프로 선수들이지만 선수들도 많이 흔들리고 있다. 선수단을 보호하는 쪽으로 최대한 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매각설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K리그1 잔류를 장담할 수 없다. 성남은 27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4승 6무 17패 승점 18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시즌 초반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친 이후 좀처럼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등권 탈출이 가능한 9위 수원 삼성(7승 9무 11패·승점 30)과 무려 12점 차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K리그2(2부)로 직행 강등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불어오는 내풍, 외풍에 선수들도 온전히 집중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김남일 감독은 “보도가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경기하기 전에 매각 관련 기사가 나와서 선수들의 의지가 꺾였다. 선수들도 의식하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그런 내용들이 경기하는 데 굉장히 큰 영향을 끼쳤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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